/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정부가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부터 2주 동안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 기간을 설정해 정밀 방역수칙을 강화했다. 그동안 시행됐던 획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통상 민족 대이동이 있게 되는 추석명절의 시기적 특성을 겨냥한 조치다.
한가위 절기에 고향을 찾는 인파는 현격하게 줄었지만 그 대신 전국의 휴양지와 향락지에는 연휴를 즐기려는 발길로 넘쳤다는 소식이다. 예전 같으면 음력설과 추석 연휴 때 전국적으로 약 3천만 명이 귀성길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정부의 강력한 방역조치로 고향 찾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재확산세가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는 있었지만 한가위 전국 이동 시 코로나의 지역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 대신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명절 쇠기를 적극 권장했다. 이제 코로나 사태는 명절은 물론 전반적인 일상을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말하자면 과거와 다른 사회적 규범과 생활방식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새로운 기준의 사회문화체계는 이미 새천년을 맞으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해 그야말로 신종 세상으로의 변화를 앞당기게 된 것이다.  
어찌됐든 이번 추석은 ‘홈족’이나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스테이케이션은 '집에 머물면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스테이케이션은 경제적 불황에 따라 자발적으로 재택휴식을 취하면서 취미생활이나 재충전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역대책이되면서 외부 활동이 제한을 받고 있다. 이에 ‘코로나케이션’(Coronac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래서 올 추석에는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콕” 가윗날을 보내야 했다. 
이런 여건에서 단순히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번 팬데믹 사태가 갈무리된다 해서 종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겪었던 감염증들처럼 설니홍조(雪泥鴻爪)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설니홍조란 ‘눈 위에 난 기러기 발자국이 눈이 녹으면 없어지는 것’을 뜻한다. 분명 지금 힘겹게 지나면서 길게만 느껴지는 터널의 끝에는 기존의 질서가 바뀔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그저 막연히 상상하던 미래 삶의 모습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오히려 능동적인 자세로 현 국면을 수용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라틴어에 ‘호욱아개’(hoc age)란 말이 있다. 이는 ‘현재의 상황에 정성을 쏟으며 할 일을 하라‘로 풀이된다. 지금 상황에 꼭 맞는 표현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야말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가는 과도기의 과정인 ‘트랜스코로나’(Trans-Corona)의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시나브로 진행돼온 뉴노멀 시대가 코로나19로 인해 속도가 붙은 셈이다. 코로나19가 해소되더라도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거슬러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코로나19가 생활환경을 얽맨다 해도 지금이 급격한 세상의 변화로 이어지는 순차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인간의 문명사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나가려는 태도로 말이다.
당장 일상의 여건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새 시대를 맞기에 앞서 마음의 평정과 여유를 갖는 단련의 시간이라 여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해 소소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아 힘듦이 아닌 즐거움으로 현실을 이겨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 상황에서는 모두가 국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코로나19에 조심하고 미래 시대에 대비하는 만사는 불여튼튼의 정신력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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