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는 우리 선조들의 실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쓰였던 공예다.

함지나 동고리 등 곡식이나 씨앗을 말리거나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기물이나 요강이나 표주박 등 실생활에서 쓰이는 용품이 많이 있다.

하지만 지호 공예품을 대신 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 마구 쏟아지면서 점차 우리 생활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 들어 지호는 옛 것을 사랑하는 작가들에 의해 다시 새롭게 인식되고 있고 대표적 한지공예의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조숭환(56·소양한지갤러리 대표) 지호공예작품전은 조상의 유물을 재현하고 현대적으로 계승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펼쳐 보인 전시다.

제24회 전주한지문화축제 기획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지난 18일 개막, 오는 27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야외 갤러리에서 열린다.

“한지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한지공예 특히, 지호공예는 종이가 귀하던 시절, 한 장의 종이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생활의 기물로 만들어 쓰던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지난 봄, 우연히 접한 책에서 고려시대 유물인 지태흑칠합과 지호반을 만났다.

일명 오구라 콜렉션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약탈해 간 유물집에 남아 있는 섬세한 합과 담담한 지호반은 지호작업을 하는 그에게 큰 숙제로 다가 왔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었음에도 반환받기 어려운 작품을 그대로 만들어 보고 싶은 열망으로 코로나로 힘든 시기 내내 작업에 몰두했다.

오구라 콜렉션 외에도 자라병(넓적하고 둥근 몸통에 짧은 목이 달려 있는 병), 지안(원앙), 반(그릇) 등 우리 조상들이 실생활에서 가까이 두고 사용하가나 활용한 유물들을 전통 그대로 재현했다.

색지, 지승, 지호 등 한지공예의 여러 분야를 공부한 그는 2015년 지호를 선택한 이후 한 길을 걸었다.

질기고 부드러우며 가볍고 단단한 특성을 지닌 한지를 활용해 궁중이나 반가에서 주로 만들어 쓰던 종이 공예품의 완성을 위해 옻칠까지 익혔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지호 사랑을 오롯이 보여 준다.

특히 ‘전통 지호공예의 역사적 고찰에 따른 현대 작품의 조형성 접근’이란 논문으로 전주대에서 석사까지 마친 그는 기물뿐 아니라 정신까지 계승하기를 피하지 않는다.
“한 겹 한 겹 틀을 만들며 한 장의 종이를 아껴 기물을 만들었던 선조들의 마음을 새기며 앞으로 아래 세대에도 전할 수 있게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전북무형문화재 김혜미자 색지장은 “지호 공예는 다른 한지 공예에 비해 더 많은 인내를 요하는 지난한 작업이다”라며 “끈기 있게 우리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그의 마음이 담긴 전시회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제19회 원주 대한민국한지대전 금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 사단법인 한지문화진흥원 이사, 전북대학교 문화재돌봄사업단 운영위원, 전북대학교 고창캠퍼스 한옥학교 전임 강사.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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