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속에 15일 개막한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0일 폐막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예년 공연장 중심의 축제를 온라인으로 옮겨 진행하는 첫 시도에 국내외 축제, 공연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도전과 실험’을 내세운 소리축제를 되돌아본다.

▲ 새로운 실험

개막공연 _잇다는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인 ‘해외 콜라보’가 비대면 시대 ‘온라인 콜라보’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국내외 14개 국가 음악가들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대형 LED 화면으로 소환하고, 국내 연주팀은 무대 위에 올려 온·오프라인 합동공연을 펼쳤다.

처음부터 기술적 한계와 서로 다른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실시간 합동연주를 펼친다는데 문화예술계의 우려와 호기심이 교차했다. 거대한 하나의 실험으로 보아달라는 조직위의 설명대로 현장예술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안정적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디지털이 다양한 예술적 욕구와 창작방식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하지만 무대에서 펼쳐진 ‘디지털 기술 축제’의 새로운 실험은 도전의 과정 자체로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는 평이다.

기술적 한계 속에서 온라인 합동공연의 엇박자는 오히려 예술가들이 간절히 서로를 잇고자 했던 연대와 공존의 정신을 더 빛나게 했다는 평이다.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도 축제의 방향, 공연방식에 대한 참고할 만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개막공연의 도전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 미디어·온라인 공연

올해 축제의 주제인 ‘__잇다(LINK)'의 의미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낸 <현 위의 노래>는 공연 마니아층의 뜨거운 호평 속에서 마무리됐다. 공연의 질이 높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실력파 연주자들의 합이 부조화의 조화, 무질서 속에 질서를 구현하는 시나위의 즉흥성을 교본처럼 펼쳐낸 무대였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더블 시나위‘는 소리축제가 아니면 기획할 수 없는 편성이라는 평가 속에서 국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화제를 모았다.

전주세계소리축제×전북CBS <별빛콘서트>는 실력파 보컬리스트 손승연과 곽동현을 앞세워 탄탄한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하모나이즈와 코리아쿱챔버오케스트라가 협연을 펼치며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한국인의 노래_앵콜 로드 쇼’는 김준수·정보권이라는 국악계 주목받는 젊은 소리꾼들과 보통의 일상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노래꾼들을 무대에 올려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폐막공연 <전북청년 음악열전>은 61명의 지역 예술가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집단 즉흥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낸 무대였다. 4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예술가들의 즉흥 시나위는 억눌려왔던 예술인들의 의지를 거대한 퍼포먼스로 연출해냈다.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젊은 음악가들의 에너지는 빈 객석을 넘어 관객들의 안방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 운영

관객이 없었으나 스태프와 출연자, 방송 관계자 등이 다수 참여한 축제로 방역과 안전에 대한 섬세하고 깐깐한 운영은 축제의 성공을 견인하는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출연진, 무대 및 기술팀, 소리천사 등 축제 참가자들을 위한 일원화 된 데일리 방역 시스템은 물 샐 틈 없는 관리체계를 갖추고 안정적인 축제운영의 기초를 다졌다.

온라인 공연의 수확도 적지 않다. 우선 소리축제의 고정 팬들을 불러 모으고,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이다. 실시간 생중계 된 공연이 축제 기간 동안 리플레이 되면서 누적 조회 수는 꾸준히 올라 20일 오전 9시 현재 개막공연의 경우 약 8천 회, ‘현 위의 노래’는 약 7천 회를 훌쩍 넘겼다.

▲ 과제

포기할 것이냐 도전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과감히 모험과 도전을 선택한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 특별한 행보였던 만큼 올해 축제의 성과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 축제의 새 패러다임으로 엮어낼 것인지 주목된다.

먼저 예산의 활용이다. 올해 축제는 5개 공연에, 그것도 지상파 방송의 공연 수준에 맞는 작품 제작에 많은 예산을 사용했다. 사용한 예산이 공연 내용에 그대로 담겨 ‘쓴 만큼 작품이 잘 나왔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내년 이후 펜더믹이 사라진다면 예년처럼 돌아 갈 것인지, 이번에 확인한 온라인 공연 가치를 어느 정도 반영 할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올해처럼 수준 높은 공연을 중심으로 ‘예술적인’ 축제를 이끌어 갈지, 축제 참가 인원등을 고려한 ‘대중적인’ 축제로 갈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올해 축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전문가들이 많아 한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년 20주년에는 소리축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음악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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