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근 전라북도 소방본부장

‘날씨’가 쌓이면 ‘기후’가 된다. 기후란 ‘긴 시간동안 일정지역에서 나타나는 기상현상의 평균상태’로 통계적으로 30년간의 평균을 의미한다. 기후는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변화하기 마련인데, 그 속도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있었던 호주 산불은 장장 6개월 동안 서울면적의 60배가 넘는 지역을 태우고 코알라를 포함한 10억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동아프리카는 사막 메뚜기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모든 현상들이 산업발전의 결과에 따르는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난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꾸준히 오르고, 폭염일수도 2000년대 평균 10회에서 2010년대 평균 15회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동성 증가로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이상기후(異常氣候)란 기온이나 강수량 따위가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곳에는 ‘위험’이 존재한다. 산업사회에서는 ‘위험’을 발전에 따르는 부수적인 어려움으로 생각했지만, 현대사회의 ‘위험’은 광범위하며 통제하기 어려운 일상적인 의미로 변했다. 위험이 있는 곳에는 119가 함께한다. 119의 역할은 각종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119의 자연재난 관련 출동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태풍, 호우, 홍수, 산사태, 폭설 등 자연재난에 따른 전라북도 내 구조출동은 2017년에 722건, 2018년 884건, 2019년 1,01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8월 말 기준 810건의 자연재난 관련 구조출동이 있었다.

이렇게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난이 증가하는 때 자연재난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재난방송을 듣고 지시에 잘 따라야 한다. 재난은 전조증상이나 예고 없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태풍, 호우, 폭염, 폭설 등 자연재난의 일부는 물리적 측정과 감지가 상대적으로 수월해 일정 수준의 대비책이 갖춰져 있다. 이런 자연재난은 TV, 라디오 등 재난방송을 통해 수시로 국민들에게 행동요령 등 정보가 제공된다. 그러니 자연재난이 예상될 경우 재난방송을 잘 듣고 지시에 따라야 재난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둘째, 자연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 예보된 자연재난 시 발생하는 인명사고 중 상당부분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과 연관된다.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 때 강과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으려 그물을 던지다 발생하는 사고, 호우주의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곡 근처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다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되는 경우, 불어난 강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다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고 등 성난 자연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이 훤히 드러나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의 이상 징후가 보이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먼저다. 자연에 맞서는 행동은 우리가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행동임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지구를 살리는 그린뉴딜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환경 선진국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20%를 넘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1% 정도로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전라북도는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모빌리티, 녹색생태계 회복이라는 3축을 중심으로 인간·기술이 자연과 함께 공존·공생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을 위한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과,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한 해상풍력 산업지원센터 구축 및 조선기자재 기업 신재생에너지 업종전환 지원 등 다양한 그린뉴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국가의 생존 대안이며 기후위기에 절박한 지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자연은 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우리를 속이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난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다. 자연의 순리를 존중해 자연스럽고 검소하게 살아간다면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우리 삶의 터전인 공동체를 위해 침착하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배려하며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도록 서로를 가만가만 토닥이자.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위험사회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 나와 가족,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비대면 안부 묻기와 마스크 쓰기를 확고히 하는 등 따뜻하고 슬기로운 거리두기에 우리 모두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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