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조례안’ 본회의 상정안이 부결됐다.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가 전국 최초로 이 조례안을 제정한다면 그 의의가 컸을 텐데 아쉽다’는 대표 발의한 서윤근 의원의 말처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서 의원이 이 조례안을 발의했을 당시, 순조로운 처리가 전망됐다. 전체 시의원 가운데 3분의 2인 21명이 공동 발의했고 행정위 소속 8명 중 5명이 찬성했던 조례안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많은 시의원들이 동의했던 조례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7명이 참석한 행정위원회에서 찬성 의사를 표명한 시의원이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
  당초 찬성했던 시의원들이 마음을 바꾼 이유로는 이 조례안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기독교와 관련 있는 보수 성향의 인사들의 반대가 꼽힌다. 일부 기독교 단체와 보수 인사 등으로 구성된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은 이번 조례안 뿐 아니라 지난 6월 국회 장혜영 의원 등 10명 발의한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왔다. 전국연합은 얼마 전 전북도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9일 전주시의회 앞에서 ’개인의 윤리관이 존중돼야 하는데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포함시켜 동성애나 트랜스젠더 등을 정상으로 인식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주시의회 상임위 조례안 상정 심의를 앞두고 해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과 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조례안 상정을 막는 이들의 입장에서 당연한 움직임이다. 이를 통해 상정을 막아냈으니까 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신을 가능한 한 합법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이런 압력을 견디기 힘들었을 시의원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이 통과 된다면 그 후에 조례를 제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어느 의원의 답변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 조례안’에 서명했던 마음이 왜 갑자기 변했는지에 대한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 소신있는 의정 활동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는 당혹스러울 뿐이다. 차라리 조례안 발의 당시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면 이렇듯 외풍에 쉽게 굴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여론도 중요하지만 소신을 지키는 시의원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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