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인 집중호우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피해일까, 사전대비 부족이 낳은 인재일까.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섬진강댐의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전북 남원의 8개 마을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물에 잠겼다.
최악의 피해를 입은 남원시 금지면 주민들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피해 보상,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섬진강댐은 8일 무려 2000톤에 가까운 물을 방류했는데, 이는 수자원공사가 물관리위원회에 보고한 최대 방류량인 초당 600톤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섬진강댐에서 많은 양의 물이 쏟아지면서 하류에 있던 전남과 전북지역의 마을이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용담댐도 방류량 조절 실패로 무주군에 위치한 농경지·주택 등이 침수됐다. 전북도에 따르면 12일 기준 수해피해액은 241억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위 조절과 방류는 매뉴얼 대로 진행”
섬진강 범람과 용담댐 방류로 인해 생긴 침수피해의 원인이 방류량 조절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리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댐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목적댐의 관리자는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관리를 위탁받은 한국수자원공사다. 공사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섬진강댐 수문을 열어 초당 1800여톤의 물을 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7일부터 8월 9일까지 수자원공사 실시간 수문 방류 현황을 보면 섬진강댐은 △7월27일 14시 100톤→15시 200톤→16시 300톤의 물이 방류됐다. △7월 30일 400톤 △7월31일 9시 500~600톤 △7월31일~8월2일까지 400톤이 쏟아졌다. 이후 8월 5일부터 8일까지 최소 50~최대 600톤의 물이 방류되다가 8일 오전 8시 30분 1500톤의 물이 방류됐다. 2시간 뒤 1700톤, 그 후 1868톤의 물이 방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자원공사 측은 장마가 장기화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수문을 방류해 최대 600톤의 물을 내보냈으나,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내린 비의 양이 예상보다 많아 수위 조절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수공 관계자는 수위 조절과 방류는 ‘매뉴얼’대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방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문분석’을 실시하는데, 이때 강우량과 댐수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진행하게 됐으며, 당시에도 실시간으로 기상 상황을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용담댐 방류에 따른 피해 커, 황인홍 무주군사 본사 항의방문
용담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7일 밤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8일부터 용담댐도 방류량을 대폭 늘었다. 당시 최고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저수량이 97%를 넘어서자 방류량을 1000톤으로 늘렸다. 이후 모든 수문을 열고 최대 방류량인 초당 3000여톤을 흘려보내면서 하류지역인 무주군은 순식간에 물에 잠겨 큰 피해를 입었다.
용담댐 방류로 인해 하천 범람으로 도로와 농경지가 침수됐는가 하면 부남면 봉길마을 5가구(8명)와 같은 마을 하굴암마을 16가구(27명)가 고립됐으며, 28가구, 44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12일 황인홍 무주군수는 수자원공사 본사를 방문해 피해보상을 강력 요청했다. 이날 한국수자원공사 항의방문은 황군수를 비롯해 박세복 영동군수, 김재종 옥천군수, 문정우 금산군수가 함께 했다.
한편 13일에는 남원, 순창, 임실 등 피해지역 시장 군수가 함께 수자원공사와 환경부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 실패한 물 관리라 말하는 이유
역대급 수해 발생으로 댐과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 등으로 구분되는 물관리 시스템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 개정된 ‘물관리 일원화 3법’ 이후 국토교통부 소속 수자원정책국이 환경부로 자리를 옮겼다. 물 관리 전문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는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 산하로 이동했다. 다목적댐과 용수전용 댐은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고, 전력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이 맡고 있다.
전국 곳곳의 댐과 하천, 저수지 등의 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탓에 되레 물 관리 역량과 노하우가 후퇴한 채, 제대로 된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댐을 관리하는 주체들이 ‘물’을 상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방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일각에서는 ‘책임자’ 물색 대신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집중호우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수준의 대책으로는 한계가 따르는 만큼, 물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이러한 피해가 다시 없도록 준비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수자원공사측은 계속된 논란에 대해 12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관련 기관과 합동으로 이번 상황을 면밀하게 조사해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수립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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