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전북 도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장마가 끝나자 폭염에 열대야 현상까지 겹치면서 코로나19로 지친 전북도민의 고통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4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쏟아진 집중호우로 산사태와 농작물·주택 침수 등의 피해가 총 236건으로 집계됐다.

집중호우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집을 잃은 이재민이 3명(한가족), 저수지 범람 등을 피하기 위한 일시 대피자도 9명에 달했다.

사흘간 쏟아진 폭우로 도로 5개소, 산사태 9건(1.06ha), 문화재 1개소 등 공공시설물이 피해를 입었으며, 주택 침수 및 파손 10동, 농작물 침수 315ha 등 사유시설 피해도 컸다.

올해 전북지역 장마는 6월 24일 시작해 31일 오전까지 산발적으로 비를 뿌리며 장장 38일간 이어졌다.

강우 일수도 24.7일을 기록해 지난해(17.7일) 같은 기간보다 7일가량 많은 비를 뿌렸다.

기록적인 폭우로 도내 농작물은 큰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노지 수박의 경우 수확 자체가 힘들어졌으며, 진안 인삼과 논콩 등은 싼값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작물 생육이 불량한 상태에서 폭염까지 만나 벼는 도열병, 콩은 검은뿌리썩음병과 노린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일 발생한 ‘하구핏’ 태풍이 6일 북한 황해도를 지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기압골의 영향으로 도내에도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날씨전망이 나와, 도내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송하진 도지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중국대륙에 머무르고 있는 태풍으로 다량의 수증기가 발생, 집중호우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자연재해에 따른 농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홍보하라고 주문했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도민들의 기력도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황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히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고, 열대야 현상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은 8월 초까지 낮 기온 27~32도, 아침 최저 기온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지난달 31일부터 도내 14개 시군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으며, 3일 밤부터 4일 아침까지 김제, 부안, 전주, 군산, 고창 일대에서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이에 도는 폭염저감시설 확충을 위해 특교세 4억5000만원을 받아 그늘막 152개 그늘목 23주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여름 휴가철과 방학기간이 맞물리면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달 19일 이후 16일째 발생하고 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언제든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여지는 남아있다.

아울러 가을 2차 유행도 도래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인데다, 백신은 여전히 개발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각자의 예방만이 방역의 최선인 상황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뒤, 갑작스레 시작된 폭염과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게릴라성 폭우, 코로나19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 도민과 농민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도록 전북도의 철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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