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전북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은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걸작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직접 보고 그린 것이 아닌 자신이 보았던 밤하늘을 떠올리며 그린 것이다. 그 안의 무엇이 밤하늘을 이리도 요동치 게 한 것일까?

김필규 작가의 ‘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명화 101’편에 따르면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 해에 그린 작품이다. 고갱과 다툰 뒤 자신의 귀를 자른 후 생 레미의 요양원에서 그린 것으로, 병실 창을 통해 바라본 밤하늘과 마을의 전경을 떠올리며 그의 마음속 밤하늘을 화폭에 담았다. 고흐는 별들이 반짝이며 빛의 잔치를 벌인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의 밤하늘에는 마치 파도의 물결이 밀려오듯, 원형의 별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는 항상 별을 그리워하며 상처받아 흔들리던 자신의 영혼을 별에게 위로 받았다. 별을 사랑했던 고흐는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면서 “우리는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는다.”고 말할 만큼, 그에게 밤하늘은 무한함을 표현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고흐가 귀를 자르고 어지럽게 회전되는 형태의 그림을 그린 것이 메니에르병 환자였기 때문에 그런 증상에 시달리며 걸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메니에르병이란 어지럼증, 이명, 청력 저하 난청이 수반되는 질환으로, 그 의 ‘별이 빛나는 밤’의 별과 달, 나무가 현기증 날 듯 흔들리는 것이 그의 질병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메니에르병은 회전감이 있는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이충만감(귀가 꽉 막힌 느낌)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1861년 프랑스 의사 메니에르(Meniere)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아직까지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림프액의 흡수 장애로 인한 내림프 수종(endolymphatic hydrops)이 주된 병리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메니에르병은 급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내이 질환 중 하나로, 발병 초기에는 변동하는 난청이 저주파수대에서 시작되는 것이 이 질병의 특징적인 증상이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고음역에서도 청력 소실이 발생 하게 된다. 이명은 난청의 정도와 관련이 있으며, 강도나 높낮이의 변동이 심하게 나타난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 및 청력 감소의 양상으로 진단하지만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꾸준히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메니에르병은 이석증과 같은 병과 혼돈하기 쉬운데, 이석증은 이석기관 내에 작은 칼슘 덩어리가 떨어져 나와서 반고리관 내부의 액체 속으로 흘러들어가 머리를 움직일 때, 자세를 느끼는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되어 발생하게 된다. 주위가 돌아가는 듯한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지만 지속시간이 짧고 머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곧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메니에르병에 의한 어지럼증은 머리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저절로 발생하며, 수십 분에서 수 시간까지 지속된다.

메니에르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염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요법만으로도 질병이 조절될 수 있기 때문에 술이나 커피, 담배,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메니에르병은 정상 생활이 가능한 경우에서부터 약물 투여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10명 중 8명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병을 조절할 수 있으며, 상태가 경미한 경우에는 상담치료를 통한 경과 관찰만으로도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 약물치료를 위해서는 진정제, 항히스타민제, 이뇨제 등을 사용하는데 증상의 정도에 맞추어 적절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때는 내림프낭의 압력을 조절하는 수술을 하거나, 고막 안에 약물을 주입하여 평형 기능을 없애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드물지만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로도 어지럼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내이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