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가 지나며 오는 다음 절기는 입추다. 그러면 벌써 가을에 접어든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겁게 시작한 올 한해지만 어느덧 중반을 넘어섰다. 그동안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로 사회활동의 제약을 받으며 우리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시간이 흘러갔다. 
  중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 “촌각은 황금과 같다. 하지만 황금으로도 그 촌각은 살 수가 없다.”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한 말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의 축복은 주어지지만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 어느 현자(賢者)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지나고 나면 깨닫게 되는 것이라 했다. 시간은 영겁의 세월 속에 한결같은 보조로 흐르지만 그 흐름의 속도는 각자의 해석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프레드리흐 실러는 시간을 가리켜 이렇게 읊었다.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며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지나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현대사회에서 시간이 쏜살같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인간의 느낌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사회문화체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생활에서 필수품이 된 스마트 통신기기는 초를 다투는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분명 첨단기술이 발달하고 사회문화의 조류가 빨라지면서 인간은 조급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현 시대를 ‘시간부족사회(Time Famine)’라고 일컫는다. 이는 축적된 정보와 실시간으로 변하는 기술을 소화해내기 위해 시간에 쫓기는 현상을 말한다. 달리 말해 한정된 시간에 처리할 정보나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돈보다 더 값진 자원이 된 세상이다. 그래서 시간을 잡는 사람이 세상을 얻는다는 말까지 있다. 미국의 사상가인 랠프 에머슨은 “오늘을 붙들어라. 되도록 내일에 의지하지 말라. 그날그날이 일 년 중에서 최선의 날이다”라 하지 않았던가.
  한편 현대사회는 육체노동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보다 지적노동으로 살아가는 인구가 많아졌다. 그래서 지식이 사회의 핵심자원이 되고, 지식근로자가 노동력 가운데 지배적인 집단이 되었다. 이제 현대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가공해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 내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시간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역량이 중요하게 되었다. 미래에는 시간이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시간의 값어치 또한 더욱 증대하게 되어 있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사회에서 시간이라는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그는 미래를 만드는 세 가지 근본적인 가치기준을 시간, 공간, 지식으로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간을 가장 중요시 하고 있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을 입체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장 큰 기회를 잡는 일이 된다. 일찍이 선현들이 촌음을 아끼라고 한 것은 미래사회를 꿰뚫어본 통찰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시간의 유속이 빠른 시대에 현대인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어쩌면 조급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하고, 합리화하는 방법과 지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시간관리가 바로 인생의 가치를 얻는 길이며 사회적으로 첨예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빠름이 지배하는 세상을 탓하기에 앞서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수용하는 마음자세를 갖춰야 한다.
  미국의 역사가 칼 샌드버그는 ‘시간은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의 재산이기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뿐’이라 했다. 분명 시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생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곧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여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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