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민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도맡고 있는 작은영화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영화관 운영을 맡았던 민간 위탁업체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운영에 손을 뗐기 때문이다.

23일 전북도에 따르면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부안, 완주 등에서 운영되던 작은 영화관이 모두 휴관중이다. 완주를 제외하고 6개 시군 작은영화관을 위탁 운영해 온 ‘작은영화관 협동조합’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관람료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정도로 벌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를 이겨낼 수 없어 운영을 포기하게 됐다.

협동조합이 운영하던 진안 ‘마이골 작은 영화관’은 지난 2015년 7월 처음 문을 열어 5년 만인 지난해 관람객 5만 3000명을 돌파했다. 7월 1일 운영이 중단되기 전까지 상영한 영화가 29편에 달하며, 5월 말 기준 관람객이 7253명에 이른다.
진안군 인구(6월 말 기준)가 4만1835명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1만1321명인 것을 감안하면 지역민들이 즐겨 찾던 공간이었다.

완주 생활문화동호회에서 위탁 운영하던 ‘완주 휴 시네마’도 코로나19 여파로 2월부터 휴관중이다. 내년부터는 완주군이 직접 운영하는 방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북지역 9개 작은 영화관 중 남아있는 곳은 시가 직영하는 김제시와 지역업체가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고창군이 전부다.

그나마 김제시는 시에서 예산을 편성 받아 운영하고 있어서 자금난 등의 어려움은 덜한 상태다.

그러나 고창군은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점점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고창군에서 1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공공요금과 시설보수 등의 명목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인건비 등 다른 지출금액은 관람료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고창군 관계자는 “지역에서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흑자였던 상황”이라며 “작년 2분기(6월말) 관람객 수가 3만3647명이었는데, 올해 5월 말 관람객수는 9411명으로 관람객이 뚝 떨어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작은영화관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도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곳을 넘어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관람료가 대도시에 비해 저렴한 6000원~8000원 수준이라 지역민들의 호응이 컸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관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민들은 갈 곳을 잃게 됐다.

실제 진안군 ‘마이골 작은 영화관’의 운영이 중단되자 군 홈페이지에 영화관 운영중단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왔을 정도다.

이에 지자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직접 운영하거나 다른 위탁업체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나 군에서 직접 운영을 하게 되면 영사기사 고용부터 영화관 운영, 영화 배급 등을 모두 전담해서 해야 하는데, 관련 분야 전문성이 따르는 만큼 쉽지 않다.

다른 민간 위탁업체 선정도 녹록하지 않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데다, 운영비 보전도 여의치 않아서다.

‘작은영화관 협동조합’에서는 도 출연 재단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지역에 관련 재단이 있는데다, 설립한다고 해도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도는 재단 설립은 좋은 대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창군 관계자는 “작은영화관 재개관을 위해서는 예산지원이 제일 명확한 답이겠지만, 코로나19장기화로 모든 분야가 어렵다”며 “코로나19가 지속 되고 있는 만큼, 유동적이고 탄력적으로 운영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영화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