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

최근 가축 질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수한 종축을 어떻게 보존하여 후대에 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 사용할 유전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한번 멸종된 동물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가축의 성세포에 대한 동결보존기술이 발달해 주요 축종의 정액은 영구 보존되기 시작했으며, 필요에 따라 복원이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야생동물과 멸종 위기 품종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근간이 된다. 동결유전자원 은행을 구축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유전자원을 전하는 것은 소, 돼지, 닭, 오리, 말, 염소 등 가축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가축의 경우, 보존기관이 주로 생축으로 보존하고 있다. 만약 악성질병으로 계통이 멸실된다면,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유전자원을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천연기념물에서 우수한 품성과 자질은 가진 개체는 동결보존의 필요성이 높다. 미래 유전자원의 주권 주장과 새로운 형질을 가진 계통은 육성하고자 할 경우 소중한 육종연구 소재로도 이용될 수 있기 떄문이다.
 가축의 동결유전자원은 주로 동결정액으로 유지되고 있다. 가축의 완전한 개체 복원을 위해서는 수정란을 동결보존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비용이 많이 들며 축종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닭의 경우, 조류의 특성상 수정란은 알의 크기와 비슷한데, 이를 동결보존 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닭은 수정란에서 원시생식세포를 추출해 보존하는 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 원시생식세포를 미세주입술로 다시 수정란에 이식해 병아리를 생산하고 이를 교배하면 닭 계통을 복원할 수 있다.
 종축(씨가축)은 유전자원의 국가적 관리 방안에 따라 소와 젖소를 중심으로 영구 보존되기 시작했으며 점차 돼지, 염소. 닭 등의 중소 가축에 대한 생식세포 동결보존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천연기념물 가축은 소중한 유전자원으로 인식되기는 했으나 동결정액과 동결세포를 활용한 유전적 다양성 보존까지는 하지 못했다. 특히, 민간에서 보유하고 있는 천연기념물인 오계(오골계)와 개의 경우 생축으로만 보존돼 있어 위험요인에 취약하다고 판단된다. 천연기념물 가축은 소(제주흑우), 말(제주마), 돼지(제주흑돼지), 닭(오계) 및 개(진도개, 삽살개, 동경이)의 5품종 7계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다양한 가축의 생식세포 동결을 위해 축종 특성을 고려한 보존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천연기념물 보유기관과 지자체, 정부 간의 상호 협조 체계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는 천연기념물 가축의 동결정액과 체세포를 영구보존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업무협의를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과는 동결정액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총 112마리의 천연기념물에서 1,162점의 동결유전자원을 생산해 보존했으며, 제주 축산진흥원에 일부 동결 유전자원을 중복·분산해 보존하였다.
 영구 보존된 가축유전자원은 오늘을 담아 내일에 전해주는 소중한 국가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는 나고야 의정서에 의한 생물유전자원의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또한 급변하는 미래 환경에 대비한 축산물 생산에 있어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훗날 자원전쟁의 시대에 대비해 가축유전자원을 합리적으로 보존하는 일에 국가의 역량이 더욱 강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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