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구 전북도청 기획조정실장

#1. 작년에 발생한 호주 산불은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9월 2일에 시작된 산불은 해를 넘어 올해 2월 13까지 장장 5개월 넘게 이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해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19만㎢ 규모의 산림이 쑥대밭이 되었고, 코알라, 캥거루 등 10억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산불의 악화 원인을 이상고온현상으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기록적 폭염으로 꼽았다. 한마디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2. 작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 발병한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발병 3개월만에 감염병 최고 경고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7월17일 현재 185개 국가에서 1,321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57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에볼라,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 19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의 창궐 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파급력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염병 확산의 주된 요인을 기후변화, 야생동물 서식지 훼손 등 생태계 파괴에서 찾고 있다. 
인류의 터전인 지구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펄펄끓는 시베리아, 인도양 주변 대륙에 창궐한 메뚜기떼, 북중미를 강타한 고질라 먼지구름, 활활 타오르는 아마존 열대우림 등 특정지역 할 것 없이 전 세계 모든 대륙, 국가, 지역에서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원인은 자연생태를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인간우위 세계관에 기인한다. 산업문명의 시대 개발과 성장 위주의 발전전략은 편리함과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 왔지만,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양극화 등 수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지구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생태계 변화의 영향으로 해수면 상승, 지반침하, 극심한 강우와 물 부족, 각종 동식물 멸종 등이 발생하고 매년 569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미래세대에는 환경파괴로 인해 몇 배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될 것이며 인류의 존립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생태문명의 핵심 개념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탈피하여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는 것이다.
생태문명으로 어떻게 전환해 나갈 것인가? 크게 세 가지가 중요하다. 먼저, 생태가치의 내면화(內面化)가 필요하다. 인류가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고 다양성, 상호의존성의 생태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행동도 바뀔 수 있다.
다음으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아울러 각종 생활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도시숲 조성, 깨끗한 하천 관리 등 녹색 친화적인 생활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생태문명의 가치를 산업 분야를 비롯한 전 영역에 확산해 나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 내연차 중심에서 친환경 전기 수소차로의 전환, 친환경 그린 산단 조성, 농생명 산업의 친환경 스마트화, 휴양 힐링 여행산업 등 각 분야마다 생태가치를 접목해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그래서 1:29:300 법칙으로도 불린다. 지구는 인류에게 그동안 수십, 수백번의 경고와 징후를 보내왔다. 생태문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진짜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너무나 농후하다. 이제 인류가 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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