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과제로 정해 추진 중인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장애인 탈 시설화’사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관련예산에 지자체 추진의지를 의심케 하는 정책 한계 등으로 사업자체가 사실상 답보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탈 시설화’는 장애인들이 자유가 박탈된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필요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당위성 차원에서 마련된 정책이다. 끊이지 않은 시설내의 장애인 학대 문제점 해결을 위해 보편적인 환경에서 거주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생활보장은 물론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회복을 통해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법과 제도적 한계에 이은 예산부족, 그리고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사업효과가 극명하게 나뉘면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장애인 탈 시설을 위한 예산은 장애인 복지관련 예산 5490억 원의 6.7%에 불과하다. 41개 장애인 거주시설이 있지만 그동안 정책을 통해 몇 명이 자립에 성공했는지 데이터조차 없다. 이에 반해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서울시는 올 들어 지난 6월말까지 시설을 나와 자립한 장애인만 30여명이고 지난 2015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탈 시설’한 장애인이 110명이다. 전북과 비교 너무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오는 2022년부터 정부가 전국 17개 시도에 탈 시설 지원센터를 개소,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 하는데 전북이 이에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조차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장애인들의 새로운 주거지에 대한 기반시설 준비에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 그리고 이들 시설이 위치하는데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주민들 설득에 이르기 까지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애인 학대 예방과 피해자지원 및 보호를 위한 정책의 방향은 옳기에 탈 시설화 정책은 속도를 내야하고 차질 없는 준비를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인권교육강화와 학대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 도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들 시설로 부터의 독립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사회가 책임지고 함께 가야할 가장 취약한 우리이웃이다. 강력하고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지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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