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의 인생과 교육철학이 담긴 책 제목으로 아무리 좋은 꽃이라도 아이에겐 폭력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부모의 자녀 체벌에 대해 관대했다. 용납하기 어려운 체벌까지도 ‘사랑의 매’로 포장돼 묵인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최근 천안에 이어 창녕 아동학대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학대 어린이 보호시스템을 빈틈없이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챙기는데도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전북에서도 학대를 받은 아동이 지난해에만 17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2015년 880여건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아동학대 실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83%가 부모라는 점이다. 대부분 자녀를 독립인격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일이다.
더군다나 전북은 아동 1000명 대비 학대피해 아동수를 의미하는 학대피해아동 발견율이 지난해 5.44%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고 한다.
전북의 아동보호체계는 인프라 부족으로 서비스가 불균형한 것이 사실이다. 피해 상담과 접수, 아동 분리와 부모 교육 등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은 전주 두 곳을 비롯해 군산, 익산, 남원 등 5곳이 고작이다.
이렇다 보니 종사자 업무량이 과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66명의 상담원이 맡는 사건은 한 해 평균 47건, 적정 수준 30건의 1.5배가 넘는다.
긴급 임시보호시설 역시 전주, 익산, 남원 3곳에만 있고 정원도 고작 2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장애아동 전담 보호시설은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나마 전북도가 올 10월부터 시군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11명을 배치하고 2년 뒤에는 45명까지 늘린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프란시스코 페레의 말처럼 아동폭력은 뿌리 뽑아야 할 중대한 범죄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선 어른들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양육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우리 어른들의 당연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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