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나타나 순직한 소방관 딸의 유족급여 8000만원 상당을 챙긴 생모에게 법원이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숨진 소방관의 아버지 A씨(63)가 전 부인 B씨(65)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양육비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므로, 미성년의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한 책임이 있다”며 “미성년의 자녀를 성년에 이르기까지 양육비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청구인(A씨)은 상대방(B씨)과 1988년 이혼 무렵부터 자녀들을 성년에 이를 때까지 단독으로 양육했다”며 “B씨는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판결 근거를 설명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A씨의 딸(당시 32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32년 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던 생모 B씨가 갑자기 나타나 유족급여와 사망급여 등 8000만원 상당을 받아가면서 제기됐다.

인사혁신처는 A씨의 딸이 현장 활동 중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을 앓은 점을 등을 인정, 지난해 11월 A씨가 청구한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공무원연금공단은 비슷한 시기에 ‘법적상속인’인 B씨에게 통보해, B씨가 유족급여 등 최근까지 8000만원 상당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가 자녀들의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B씨를 상대로 1억 1000만원 상당을 청구하는 양육비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B씨가 지난 1988년 이혼 이후 자녀들을 보러 오거나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았으며, 딸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이혼 후 자녀들에 대한 접근을 막았다”며 “자녀들에 대한 A씨의 양육은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 내지 동기에 비롯한 것이므로, 자신의 양육비 부담은 형평성에 어긋나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부녀를 대리한 강신무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혈육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것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은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알려지기도 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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