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미뤄졌던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재개되면서 전북지역 사찰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주동물원과 도심주변 유원지 등에는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려는 방문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29일 오전 김제 금산사. 마당에 설치된 기둥 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린 연등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아래로 관계자들이 지나다니며 의자 배치와 준비 등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한 달 전 모습과는 다르게 이튿날 있을 행사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행사 당일인 30일. 금강문을 지나 들어서자 발열 체크 부스 준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테이블마다 체온계와 명부 등을 내놓는 손길이 바빴다. 경내 한켠에는 구급 상황에 대비한 소방 부스도 마련됐다.

“와, 오늘은 이런 것도 하네”, “저기 봐, 오늘은 열도 재고 이름도 적네”.

행사를 앞두고 절을 찾은 방문객들은 발열 체크 부스 앞에서 생경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관계자의 안내에 맞춰 명부 작성을 마친 뒤 경내로 걸음을 옮겼다.

10시가 넘어서자 한산하던 금강문 옆 주차 공간에는 차들이 빽빽이 자리를 메웠다. 한달 전 부처님 오신 날과 비교해 방문객이 2~3배 가량 많다는 게 사찰측의 설명이다.

방문객이 늘면서 ‘마스크를 꼭 착용해 달라’, ‘거리를 유지해 달라’는 안내 문구가 이따금 울려 퍼졌다. 미리 배치돼있던 셔틀버스 두세 대도 아래쪽 주차장을 오가며 분주하게 방문객들을 실어 날랐다.

인파가 하나 둘 몰리며 마당 가득한 연등 아래로도 하나둘씩 종이가 내걸렸다. 종종 사다리까지 타고 가족과 함께 연등 아래 종이를 매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삼삼오오 모여든 이들이 제각기 경내에 걸음을 옮기며 고즈넉한 산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무릎께 오는 키의 어린아이까지도 대체로 마스크를 잘 착용한 분위기였다.

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자리 잡은 이들도 있었지만, 더운 날씨 탓에 일부 자리를 못 찾은 이들은 경내의 나무 그늘과 처마 아래로 모여들었다.

이날 금산사를 방문한 김모(62)씨는 “지난 초파일에도 방문했었는데 역시 본 행사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코로나 때문인지 (방문객 수가)예년의 10분의 1 정도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래쪽에 위치한 넓은 주차장 부지에도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이날 몰린 인파를 짐작케 했다. 나가는 길에서도 진입해 들어오는 차들로 종종 정체가 이뤄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파가 몰린 곳은 비단 절만은 아니다. 화창한 날씨에 동물원 등을 찾는 방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찾은 전주동물원 인근에는 체련공원 너머까지 차들이 줄줄이 주차돼 있었다. 대부분 동물원을 찾은 방문객들이었다. 이미 주차장 안에서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매표소 앞에서는 직원이 ‘두 칸, 2m씩 거리를 유지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원이 개장한 지 2주, 모처럼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얼굴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잘 착용한 채였지만, 이따금 마스크를 벗고 뛰어가는 아이를 쫓아가느라 진땀을 빼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동물원을 찾은 이모(28)씨는 “날씨가 더워져서 마스크 쓰기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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