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호 전북대병원 치주과 교수

30-40대 나이가 넘어서면, 잇몸이 자주 붓고 피가 나며 시린 증상이 심해지는 경험을 많은 분들이 경험하게 됩니다. 가벼운 잇몸 출혈이나 시린 증상은 칫솔질을 잘하면서 구강관리에 신경 쓰면 별다른 문제없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으나, 잇몸이 지속적으로 붓고 피가 나며 입냄새가 심하거나 간혹 농(고름)이 치아 근처 잇몸에서 흘러나오고 통증이 있으면 치주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치주병은 한국 중년의 상당수가 지니고 있는 잇몸병으로, 현재 한국인 10대 만성질환 중 하나에 해당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외래 다빈도 질환 통계에서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환자수와 요양급여비 총액에 있어서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위인 급성기관지염 등 상위에 분포한 질환들이 대부분 감기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주병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만성 질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치주질환은 감기와 다르게 한 번 걸리게 되면 질환의 특성상 고혈압이나 당뇨의 경우와 같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치주병은 세균 덩어리인 치태(플라그:plaque) 및 치석 등으로 인해 잇몸에 생긴 염증이 치아를 지탱하는 뼈, 즉 치조골(잇몸뼈)를 녹게 만드는 만성 염증성 질환을 말합니다. 치아를 지탱하고 있는 치주조직인 잇몸 및 잇몸뼈가 서서히 파괴되어서 이가 흔들리게 되고 결국에는 치아가 빠져 버리는 병입니다. 만성 질환이어서 증세가 더디게 진행되고 좀처럼 통증을 느낄 수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흔히 풍치라고 하는데 치주질환, 잇몸병 등으로 일반적으로 말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잇몸질환이 더 심각한 이유는 잇몸이 아픈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최근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주병 때문에 심장질환, 동맥경화증, 뇌경색, 만성폐질환, 조산까지도 발병할 위험이 몇 배나 높아집니다. 이유는 잇몸질환 세균과 염증 물질이 혈류를 타고 혈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치주 질환은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치주질환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이를 예방하며 올바른 구강건강관리 습관을 홍보하기 위해, 대한치주과학회에서는 세계최초로 2009년 “잇몸의 날”을 제정하여 치주질환 관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치주질환이 전신 건강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치주병 발생시 수술적, 비수술적 방법 등이 사용될 수 있으나,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치주병이 발생된 후 치료하는 것보다는 미리 치주병을 예방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며 보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규칙적인 칫솔질을 통해 치주병의 예방이 가능하며, 정기적인 치과검진과 스케일링을 통해 치주병의 예방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건강 상태를 증진시켜 행복한 백세 장수시대를 앞당기는 첫 걸음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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