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명승 혜초 스님이 쓴 인도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재해석한 <‘왕오천축국전’을 읽다>(학고방)이 출간됐다.

227줄 6,034개의 한자로 쓰여 진 <왕오천축국전>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오도릭의 <동유기>,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20세기초 중국 돈황 막고굴에서 발굴되어 현재는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리의 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왕오천축국전>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는 산발적이었다.
아직 번역서가 10권도 채 안 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에 출간된 <‘왕오천축국전’을 읽다>는 <왕오천축국전>이 명실공히 4대 여행기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저자로 연구를 이끈 박용진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언어접촉’이라는 학문적 관점을 <왕오천축국전>에 적용시키기 위해 연구자 6명이 함께 하는 강독팀을 꾸렸다.

“<왕오천축국전>은 문화, 세계사, 문헌학 등 영역에서 다각도로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리 강독팀은 중국 언어학의 방법론으로 접근해 보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왕오천축국전>의 언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하게 되었다.”(박용진 교수 ‘서문’ 일부)

그가 발견한 문제점은 ▲아직 많은 글자가 정확히 판별되지 못한 점 ▲어떤 문구는 연구자에 따라 해석이 다른 점 ▲어떤 문구는 중간언어 현상으로 인해 정확한 해석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 언어학의 방법으로 <왕오천축국전>을 분석했다.

첫째, 교감을 통하여, 기존에 소개되지 않았던 <왕오천축국전>의 속자, 결자, 한자의 변별을 분석하였다.

둘째, <왕오천축국전>의 중간언어를 분석하였다. SOV 모국어 구조를 사용하는 저자 혜초가 SVO 언어 구조의 서면어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중간언어(제2언어학습자 또는 외국어 학습자의 언어학습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중간언어 체계) 현상을 분석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왕오천축국전>의 중간언어 분석이 한 차례도 시도되지 않았다.

셋째, 한국어의 정확한 번역을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현재 한국에서 출간된 <왕오천축국전>의 한국어 번역본은 여러 종이 있지만, 연구자는 정기선(2000), 정수일(2004), 임상희(2014)의 번역본을 기본 텍스트로 선정하고, 연구자의 <왕오천축국전> 교감, 문법분석 그리고 중간언어 분석을 통하여 <왕오천축국전>을 좀 더 정확히 번역했다.

그럼에도 박용진 교수는 “우리의 분석 가운데 잘못된 부분이 종종 발견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분석 결과가 이전의 <왕오천축국전> 연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일 수도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걸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저자인 박병선 군산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잘 알려진 것처럼 <왕오천축국전>은 중국에서 발견됐고 현재는 파리 파리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차례 밖에 공개되지 않았다. <왕오천축국전>을 접할 기획가 아주 적은 국민들에게 이번 연구 결과를 첨단 전시기법을 활용해 전시해 소개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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