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보의 대표적 여성월간지 ‘여성의 광장’이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 5·18항쟁’(7페이지에 걸쳐)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의 시인 문병란의 ‘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와 김준태의 ‘광주로 가는 길’을 일본에 번역, 소개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집필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의 광장’은 1979년 창간 이후 일본민주주의문학회 작가들의 소설발표의 중요한 무대이다(일본 위키피디아). ‘여성의 광장’ 편집자가 김교수의 지난해 일본 방문 때의 인터뷰를 계기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방문한다’라는 기획을 추진해 김교수에게 원고를 의뢰한 것.

김교수는 서두에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무엇일까’라며 말문을 연 뒤 일본 독자들을 향해 5·18항쟁의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광주시민이 주체가 되어 불법 쿠데타 세력에 정면으로 맞선 민중봉기”라고 언급하며 이해를 돕기 위해 ‘화려한 휴가’나 ‘택시운전사’가 방영된 사실을 거론했다.  

그리고 문병란 시인이 5·18항쟁의 ‘본질적 근원’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인용, “5·18광주민중항쟁의 본질적 근원은 한반도의 민족모순인 외세와 분단에 있으며 계층적·지역적 불평등에서 연유됐다. 이 민족모순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과 연결시킨 제국주의적 지배논리에 대한 근원적 저항에서 자주·민주·통일을 이룩하고자 하는 민족운동의 결합”(‘문병란 시집―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 2017, 후바이샤에서 발췌)이었다고 적었다.

그런 뒤 한국인들이 기억유산으로 광주의 평화, 민주, 통일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광주 5·18항쟁’의 유적지로 ‘국립 5·18민주묘지’와 망월동 구묘역, ‘5·18민주광장’과 ‘구 전남도청’, 전일빌딩, ‘5·18기념공원’과 ‘5·18자유공원’을 차례로 소개했다.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김준태 시집의 해설 부분을 인용해 “시민의 평화적 데모행진은 눈앞에서 우리들의 친구와 가족을 계엄군이 무력으로 제압하고 총탄을 발사한 순간 격화했다.(중략) 애국가를 제창하는 시민에게 발포하는 군에 저항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광주시민은 나라를 지키는 군을 위해 세금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군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자신들에게 총을 발사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김준태 시집―광주로 가는 가는 길’, 2019년 후바이샤에서 발췌)”라고 언급했다.

김교수는 말미에 일본의 진보적 작가 마쓰다 도키코의 ‘땅밑의 사람들’의 문구 “(산 자는) 희생자에게 할 말이 없다”는 표현을 들추었다. 그리고 이 표현이 광주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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