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규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다섯 번째로 개학이 연기됐다. 망연자실이란 말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전국민이 그토록 노력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고 드디어 등교개학이 발표됐다. 그러나 등교개학 이틀 전 또다시 개학이 연기됐다.
실망했을 우리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아니 이제 맡길 곳조차 없는 부모님들의 깊은 탄식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강제로 적응해야 했고 이제야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싶었지만, 또다시 원격수업으로 이어나가야 하는 허탈감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석 달째 수입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방과후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해진다.
모두가 힘들 때 우리는 가장 약한 자를 먼저 돌봐야 한다. 그런 취지로 대구 환자를 우리 전북에서 치료하자고 제안했고, 도교육청의 해외연수비를 전액 삭감해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예산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으며, 무상급식비를 농산물 꾸러미로 지원하자 제안했다. 그리고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이 10만원씩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국내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연수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여전히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안에 도교육청은 반액을 삭감했다. 성에 차지 않지만, 어쨌거나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전라북도의회 모든 의원이 동의하고 함께해주셔서 의회 의원국외연수비는 전액삭감하고 코로나19 관련 예산으로 변경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농산물 꾸러미를 받은 학부모님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우리 지역 농산물이 우수하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 칭찬이 가장 기분 좋았다. 전북교육청과 전북도청 그리고 14개 시군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거듭 감사드린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도교육청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여 의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 관련 예산은 적극적으로 통과시켰고 최종적으로 불요불급한 예산 약 219억여 원을 삭감했다. 교육위원회 모든 의원님과 논의해서 이 예산을 교육재난지원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도교육청에 제안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도내 학생 21만7천명에게 10만원씩 지원하면 217억이 소요될 것으로 봐 충분한 예산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했다. 관련 법적근거가 필요하다면 우리 의회가 적극 협조하여 조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도교육청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울산과 제주 그리고 최근 부산이 교육재난지원금 지원을 결정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고 속상했다. 의정활동의 개인적인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닌데, 우리 학생들을 위한 제안인데 왜 도교육청은 응답하지 않는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에 동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도교육청의 묵묵부답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람은 자기 생각을 들어주지 않으면 미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좋은 의도와 제안이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수년 전 개봉한 영화 대사가 하나 떠 올랐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그렇다! 반드시 교육재난지원금일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든 무엇이든 우리 학생들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상태에서 즐겁게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그렇다면 교육재난지원금만을 주장하기보다는 교육행정이 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학생들을 위하는 것이다.
농산물 꾸러미도 좋고 교육재난지원금도 좋다. 도교육청은 전북의 학생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신속하게 제시해 주길 당부한다. 다만 도교육청이 코로나19 이전의 잣대로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특히, 방과후강사와 관련 문제에서는 더욱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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