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정수를 지켜나가는 전북도립국악원 26명의 창극단원들이 한 무대에 선다. 대한민국 최고 기량을 가진 소리꾼들이 한자리에서 펼치는 ‘소리열전-화룡점정(畵龍點睛)’은 올해로 세 번째 열린다. 오는 14일부터 3일간 전주소리문화관에서 펼쳐지는 올해 소리열전의 공연 내용을 살펴본다.

‘소리열전-화룡점정’은 2018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도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전라북도립국악원의 대표 기획공연이다.

단원들의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낸 다섯 바탕 눈대목 레퍼토리와 쉽고 친절한 해설은 처음 소리 공연을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첫째 날인 14일 오후 6시에는 고양곤의 ‘춘향가 중 신연맞이’ 대목을 시작으로 천희심의 ‘춘향가 중 쑥대머리 대목’, 최경희의 ‘심청가 중 곽씨부인 유언 대목’, 최현주의 ‘심청가 중 주과포혜 대목’, 김춘숙의 ‘심청가 중 황성 올라가는 대목’, 유재준의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 배옥진의 ‘흥보가 중 둘째 박 타는 대목’, 한단영의 ‘흥보가 중 음식 차리는 대목’, 김도현의 ‘수궁가 중 일개한퇴 대목’을 펼친다.

15일 오후 6시에는 박추우의 ‘춘향가 중 천자 뒷 풀이 대목’을 시작으로 박수현의 ‘춘향가 중 오리정이별 대목’, 이충헌의 춘‘향가 중 쑥대머리 대목’, 김정훈의 ‘춘향가 중 어사출두대목’, 박영순의 ‘흥보가 중 흥보비는 대목’, 김성렬의 ‘심청가 중 화초타령 대목’, 최삼순의 ‘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 장문희의 ‘적벽가 중 새타령 대목’, 김세미의 ‘수궁가 중 자래와 호랑이 만나는 대목’을 감상할 수 있다. 

16일 오후 4시에는 고승조의 ‘심청가 중 상여소리 대목’을 시작으로 김광오의 ‘심청가 중 주과포혜 대목,’ 문영주의 ‘심청가 중 심봉사 물에 빠지는 대목’, 이세헌의 ‘춘향가 중 과거장 대목’, 박건의 ‘흥보가 중 흥보비는 대목’, 박현영의 ‘수궁가 중 토끼 세상 나오는 대목’, 이연정의 ‘적벽가 중 새타령 대목’, 차복순의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이다. 

고수에는 조용안, 조용복, 박종호, 임청현(교육학예실 교수부), 장인선(관현악단 타악수석)이 호흡을 맞추며, 김용호 교육학예실장의 해박한 해설로 진행된다.

차주하 국악원장은“이번 공연을 통해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친 도민들에게 한옥마을의 정취와 따뜻한 햇살, 소리로 위로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공동주최한 유현도 전주소리문화관 관장은 “공연재개 첫 공연을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원들의 귀하디귀한 소리로 열게 되어 뜻깊고 감사하다”면서도 “좋은 공연을 한정된 객석으로 운영해야 해서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사전예약자만 관람할 수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객석 띄어앉기(총 30석만 운영), 마스크착용, 문진표 작성 등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악원 유튜브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중계(방송)되며, 중계 된 영상은 추후 편집 작업을 통해 다시 공개된다.
<작품 설명>
■14일

△고양곤:춘향가 중 신연맞이 대목(이일주선생 동초제)= 화려하고 웅장하며 평조와 우조로 구성되어 있다. 장단은 세마치, 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연결된다.

△천희심:춘향가 중 쑥대머리 대목(이난초선생 김세종제)=옥중에서 춘향이가 임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옥중가 중 하나이다. 쑥대머리는 중모리에 계면조로 부르는 대목으로 가장 대중적이고도 대표적인 소리이다.

△최경희:심청가 중 곽씨부인 유언 대목(김영자선생 강산제)=곽씨부인이 딸 심청을 순산한지 칠일 만에 병들어 숨을 거두기 직전의 슬픔을 표현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최현주:심청가 중 주과포혜 대목(김영자선생 강산제)=심봉사는 젖먹이 어린 딸을 안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동네 부인들에게 젓 동냥을 한다. 배불리 먹은 젖먹이 딸을 안고 어르며 슬픔 속에서 기쁨을 한껏 노래한다.

△김춘숙:심청가 중 황성 올라가는 대목(김소영선생 동초제)=새벽에 눈을 뜬 심봉사가 뺑덕이네가 도망간 것을 짐작하고 자탄하는 대목을 시작으로 황성을 올라가다 냇가에서 목욕을 하며 설움을 달래는 장면들이 묘사되었다.

△유재준: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김일구선생 박봉술바디) =사설의 길이가 길고 급박한 장면에 사용되는 자진머리 장단으로 불리기에 박진감 넘치고 공력을 요하는 대목이다.

△배옥진:흥보가 중 둘째 박 타는 대목(송재영선생 동초제)=흥보가 박을 타서 쌀이 많이 나오자 밥을 해서 먹은 후 배를 두드리며 즐거워하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한단영:흥보가 중 음식차리는 대목(이난초선생 강도근바디)=놀보가화초장 하나를 얻어 직접 지고 오는 장면과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설렁제로 제비를 후리러 나가는 대목까지 언어적 유희와 해학이 두드러진다.

△김도현:수궁가 중 일개한퇴 대목(김영자선생 정광수바디)=수궁가의 백미라 할 수 있으며 자진모리 장단이다.
■15일

△박추우:춘향가 중 천자 뒤풀이 대목(조소녀선생 동초제)=광한루에서 첫눈에 반한 춘향이가 눈앞에서 떠나질 않자 이몽룡이 마음을 잡기 위해 천자문을 들여놓고 글자를 한자 한자씩 풀이하는 내용이다.

△박수현:춘향가 중 오리정이별 대목(장문희선생 동초제)=오리정으로 술상을 차려 나간 춘향이가 정강이를 문지르며 이별의 눈물을 흘린다. 이별의 정한이 먹먹하게 다가오는 춘향가의 눈대목이다.

△이충헌:춘향가 중 쑥대머리 대목(이일주선생 동초제)

△김정훈:춘향가 중 어사출두 대목(박복희선생 김세종제)=어사출두 대목은 걸인 이몽룡이 갑자기 어사가 되어 나타나 본관사또의 생일 잔치판이 한 번에 깨지는 분주한 장면을 잘 묘사한 대목이다.

△박영순:흥보가 중 흥보비는 대목(조통달선생 박초월바디)=흥보가 비는 진양조는 가슴을 아리게 만들고 매를 맞는 자진모리의 긴박감은 숨을 참아가며 감상하게 하는 매력 포인트가 있다.

△김성렬:심청가 중 화초타령 대목(이일주선생 동초제)=심청이가 용궁에서 나와 강선화 속에 들어가서 바다위에 떠 있는데 도사공이 송천자가 꽃을 좋아한다는 소식을 듣고 심청이 들어있는 강선화를 바치게 된다.

△최삼순: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이일주선생 동초제)=인당수에 빠져 죽은 심청이를 그리워하는 대목으로 통곡하는 심봉사의 애처로운 모습이 절절하게 담겨있다.

△장문희:적벽가 중 새타령 대목(안숙석선생 박봉술바디)=포악한 조조, 야심 많은 조조를 야유하며 갖가지 새떼들의 지저귐을 통해 포악한 권력에 대한 민중들의 사무친 원한이 해학적인 풍자로 되어 있다.

△김세미:수궁가 중 자래와 호랑이 만나는 대목(홍정택선생 홍정택바디)=자래가 토끼를 찾아 헤매다 호랑이를 만나서 위기에 빠지는데 재치 있게 꾀를 내어 간신히 상황을 피한 후, 토끼를 상면하는 대목이다.

■16일

△고승조:심청가 중 상여소리 대목(임화영선생 동초제)=동네 사람들이 곽씨부인 장례를 치루게 되는데 상여가 나가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폭포수처럼 큰 울림과 상하청을 넘나드는 성음의 극치는 가히 아름답다 하겠다.

△김광오:심청가 중 주과포혜 대목(송재영선생 동초제)

△문영주:심청가 중 물에 빠지는 대목(이일주선생 동초제)=심봉사는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덜컥 시주를 약속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단돈 서푼을 누가 줄 리 없는 본인의 처지와 설움을 유장한 중모리로 표현했다.

△이세헌:춘향가 중 과거장 대목(박춘맹선생 강산제)=춘향과 이별한 후 한양으로 간 이몽룡이 과거 시험을 보고 장원급제를 한 모습을 자진모리장단에 맞추어 표현한 대목이다.

△박건:흥보가 중 흥보비는 대목(이일주선생 동초제)

△박현영:수궁가 중 토끼 세상 나오는 대목(김영자선생 정광수바디)=용궁으로 잡혀온 토끼가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는 내용으로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연정:적벽가 중 새타령 대목(김일구선생 박봉술바디)

△차복순: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이일주선생 동초제) =가난한 흥보 내외가 팔월 추석이 다가오자 박이라도 타서 끓여 먹을 량으로 박을 타자 뜻밖에 많은 돈과 쌀이 나와 부자가 되어 가난구제를 하겠다는 나눔의 정신을 보여주는 소중한 주제가 담겨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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