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을 바꾸고 있는 COVID-19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어 무척 다행스럽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전의 일상(BAU : business as usual)을 되찾기엔 너무 많은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다고 진단한다.
포스트코로나 그 변화의 중심에 언택트(Un-tact) 경제가 있다. ‘접촉(contact)’이란 단어에 부정의 의미를 뜻하는 ‘un’을 붙인 ‘비접촉’이라는 뜻의 신조어인 언택트는 이미 활성화된 아마존이나 원격수업처럼 비대면 경제 활동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 의해 ‘2018년 10대 소비트렌드’로 소개된 언택트는 '소비자가 서비스 제공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로 정의된다. 지금까지는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과 같이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길 원하는 사회적 현상과 타인과의 연결에 부담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현상으로 보았는데,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는 일과 세대를 떠나 전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로나19를 모범적이고 선도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묵묵히 궂은일을 해준 의료인과 소방대원임에 틀림없다. 이외에도 필자는 환자의 이송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가 준 구급대원이 이용한 구급차와 방역을 위해 사용된 차량 등 특장차(완성차를 이용해 특수한 목적을 위해 개조한 차량)들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한다.
특장차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산불과 건물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방차, 인명구조용 사다리차 등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데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장차는 기술원의 주력분야이기도 하고 전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더 필자의 관심이 간다.
이런 특장차의 요구가 최근 들어 보다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화재나 인명구조, 감염병 예방을 위한 분야의 수요가 높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독립 공간에서 감염병의 검진과 진단이 가능한 이동식 검진차량 개발을 요구하는 바이어가 생겨나고, 조류독감 등으로 인해 매몰시킨 가축에서 발생하는 침출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동식 소각차량 등의 수요도 발생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고압가스와 석유화학제품 등 위험한 화물 운송을 위한 분야와 전자제품 정밀기기 등 파손의 우려가 큰 화물을 취급하는 업자들을 중심으로 특수차량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인건비상승과 근로자들의 3D업종 기피현상으로 더 이상 인력에 의존할 수 없게 된 물류업체들이 특장차주문을 늘리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화물의 낙하 등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다수(우리나라는 5%)의 화물차가 윙바디 형태의 특장으로 개조하여 운행한다.
개인에서는 가족단위의 레저와 취미 활동이 늘어남에 따른 관련 수요도 급증한다. ‘남들과는 다르게’, ‘내 가족에 꼭 맞는 차’를 만들고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차량을 합법적으로 개조하는 행위인 튜닝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서스펜션, 휠, 타이어 등 성능뿐 아니라 외관 튜닝도 늘어나는 추세다.
캠핑카는 레저 활동을 위한 대표적인 특장차다. 간단하게는 차량을 이용해 야외에서 캠핑을 할 수 있도록 개조한 차박(차에서 숙박까지)캠핑카에서 외국의 슈퍼리치를 위한 초고가의 캠핑카, 즉 모터 주택(Motor Home)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공공부문에서의 안전과 복지, 언택트 경제에 따른 민간영역의 물류 증대, 그리고 개인의 다양한 취향과 레저 욕구로 특장차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라북도의 특장차산업 육성정책과 기업에 중요한 좌표가 된다. 기술원은 앞으로도 전북도, 지자체와 함께 특장차 기자재 개발, 특장차전문단지 조성과 탄소소재 활용 소방탱크 규제특구 사업 등 자동차 산업 다각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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