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 컨설팅 대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지 100일을 넘어 사태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됐다. 그런 가운데 봄에 접어들기까지 겨우 내 칩거 생활에서 학교 등교와 공공 문화시설의 운영 재개 등 일상의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바로 전 방역당국의 아직 과도한 활동 자제 권고에도 5월 초 황금연휴에 전국의 관광지에는 인파로 넘쳐났다. 언제 바이러스가 발생 했냐는 듯이 한껏 봄을 즐기러 나선 것이다.
  분명 이번에 세계적 대유행이 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로 하여금 초유의 위기를 경험케 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례가 드문 극심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양식이 바뀌어 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첨단의 물질문명을 구가했던 인류사회가 황무함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해준 대 사건이었다. 적어도 이 기간만큼은 그동안 인류가 이루어 놓은 모든 편익체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한 점밖에 안되는 지구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던 끊임없는 다툼이나 갈등도 묻혔다. 인간이 구축해 놓은 모든 사회체계도 올바로 작동하지 못했다. 특히 인간생활에 기본이 되는 경제활동이 공황의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전 지구적 대재난 앞에 강자도 약자도 평등하게 똑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됨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간사회가 누리는 모든 물질적 풍요가 영원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한편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다보니 가장 원초적 기초 공동체인 가정과 가족이 대피처가 되는 환경이 연출되었다. 특히 개인적 연결과 집단적 유대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 체감도가 더욱 강했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우리 모두가 진정한 삶의 안녕과 행복, 곧 ‘웰빙’(Well-being)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 삶의 가치관을 정련시켜 보는 기회도 되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무한한 자연의 섭리에 반해 유한한 인간이 문명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그 자연의 온전성과 건강성에 도전해 왔던 것도 한번 돌이켜 볼 일이다. 역설적으로 ‘인간이 멈추니 지구가 살아나 공기가 맑아졌다’는 시정(市井)의 정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모두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치면서 가족 중심의 생활을 집중 체험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칩거의 인내 가운데에서도 그것이 가정의 소통과 유대, 나아가 행복한 가정의 문화가 정착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사실 강요된 사회적 거리두기 전에도 조급함에 몰린 현대인들은 조금은 삶의 여유를 갈구했었다. 그래서 내적인 단순함 속에서 자기만의 기쁨을 가지려 하는 사회적 추세가 있었다. 현대사회가 ‘빨리빨리’, ‘높게높게’, ‘크게크게’라는 사이클에 맞추어져 있다 보니 스케일다운(scale down)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전에 없었던 물질적 여유를 누리게 되면서 부유한 것과 행복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여기에 첨단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사람과 사람 간의 물리적 관계를 이격시키며 집단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희석시켰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성공과 행복한 삶의 근원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결국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상대적으로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개인, 사회, 국가가 뼈아픈 경험을 했다. 모든 면에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어 보았지만 그런 가운데 새로운 인간 사회문화체계를 정립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난관은 분명 극복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시련이나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상태로의 회복이 아닌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으로 격상시키는 변곡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곧 개별적으로는 기초 생활기반이 되는 가정이라는 터전의 소중함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 거시적으로는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글로벌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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