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농업기술원장 임명과 관련, 전라북도가 전북 몫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농촌진흥청 출신들이 전북도농업기술원장직을 독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로 예정된 차기 원장 후보 역시 농진청 출신들만이 물망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농진청과 전북도 등에 따르면 현 김학주 원장이 오는 6월 말 공로연수로 나가면서 차기 원장 인사 요인이 발생한다.

이에 농진청은 최근 전북도에 '차기 원장 제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도 농업기술원장은 고위공무원단 '나'급이기에 도지사가 추천한 대상자를 포함해 복수의 대상자가 심사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보통은 도지사가 제청한 인사가 도원장으로 오는 게 통상적인 관례로 여겨진다. 통상 각 광역자치단체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업무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어지간하면 내부에서 대상을 추천해 인사적체까지 해결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전북도농업기술원장에 농진청 출신들 중에서만 대상자가 추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전국에서 전라북도만 내부 승진자가 있는데도 농진청 출신들이 원장직을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북도를 제외하면 내부 승진 대상자가 없는 경우의 광역단체만 농진청 출신이 농업기술원장을 맡고 있다. 각 광역단체는 내부에서 원장 승진자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국장들의 역량평가 통과 기회를 적극 부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원도와 충청남도의 경우 자체 승진자 배출을 위해 당시 원장 임기를 줄여 농진청으로 전출시키는 사례까지 있었다는 게 도 농업기술원 직원들의 설명이다.
내부 승진자가 있었는데도 농진청 출신을 임용 제청한 사례는 전라북도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실제 현 김학주 원장이 전북농업기술원장으로 내정될 2016년 당시에도 전북농업기술원에 승진 대상자가 존재했으나 무시된 전례가 있다. 당시 원장과 국장 모두 농진청 출신이 내려오면서 전북도농업기술원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었다.
도 농업기술원 직원들은 "이번에도 내부 승진자 없이 농진청이 인사를 독식한다면 전북농업기술원 및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어 "그동안 농진청의 낙하산 인사 없이 대부분 내부 승진인사를 하고 있는 지역도 많다"면서 "농진청 인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체 승진이 이뤄져 지역 농업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만의 특수성을 이해하면서 조직을 통솔해 나갈 수 있도록 전북도나 농진청 모두 내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도 농진청 A 과장과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출신이자 농진청 출신인 전북도농업기술원 B 국장이 차기 전북도농업기술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아직 도 농기원 출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더 큰 틀에서 전북농정에 실익이 있는 인사가 추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지역 인재 육성 및 전북 몫 찾기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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