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물 없는 사막에서 쌀을 생산하는 길을 열었다. 동일한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했을 때보다 40%나 더 수확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벼 재배 가능지역을 건조지역에서 사막지대까지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농진청(청장 김경규)은 2018년 한-UAE 정상회담간 논의된 농업기술협력사업의 하나로 UAE 사막지역(샤르자)에서 시험재배(1,890㎡)한 벼의 수확을 앞두고 예측 수량과 이번 사업이 가지는 의미를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농진청이 개발한 건조지역용 벼인 '아세미' 품종의 재배 가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사막 환경에서 파종부터 수확까지 재배 전 과정을 실증하고 체계화 한 점, 벼 재배 가능지역을 건조지역에서 사막지대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UAE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기상, 물 관리, 생육 상황 등을 영상으로 확인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원격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이번 실증재배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 확보. 물이 없는 UAE의 사막에선 쌀을 생산할 농업용수를 바닷물을 제염처리해 사용했는데 이 비용만 ha당 2천만 원에 달하면서 경제성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pH와 염분 농도가 높은 UAE의 지하수를 사용하는 방안과 담수재배에 비해 물 사용량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는 고랑재배와 포기별 점적관수 방식을 함께 적용하는 방안, 그리고 파종시기를 8월 말로 당기고, 벼를 수확한 후 밭 작물과 이어짓기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농진청은 UAE의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는 대로 UAE 기후변화환경부와 협의해 1차 시험재배 결과를 바탕으로 2차 시험재배를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5월 초 최종 벼를 수확해 생산량을 확정하고 쌀의 품질도 함께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김경규 청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막에서 벼 재배 가능성을 확인했고, 향후 지속적인 후속시험을 통해 벼 재배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경우 양국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