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5,802건, 하루에 16건 발생’ . 전북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정폭력 신고의 단순 수치다. ‘애들 아빠니까’, ‘참고 살아야지’ 등의 이유로 미처 신고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해지는 폭력으로 인해 가정들이 멍들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 강서구 전처살인사건을 비롯해 지난해 군산아내 살인사건 등 가정폭력 문제가 개인의 가정사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사법기관이 신체적 폭력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신체적 폭력행위가 가해지는 가정폭력을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정서적인 폭력 등의 가정폭력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도내 가정폭력 신고는 모두 1만 7406건이 접수돼 이중 가정폭력 사범으로 3166건을 검거했다.

연도별로는 지난 2017년 7454건, 2018년 5566건, 지난해 4386건 등으로 가정폭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정폭력 사범 검거 건수는 각각 984건(13.2%), 1109건(19.92%), 1073건(24.46%) 등으로 검거율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찰 등 사법당국이 가정폭력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 신체적인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로 기조를 전환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보복과 주위의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법당국에 신고가 어려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찾는 가정폭력 상담소에는 여전히 가정폭력에 대한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전주가정폭력상담소 전주지부에 따르면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지난 2017년 2381건, 2018년 2706건, 지난해 2673건으로 여전히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담소는 가정폭력 대응에 대한 사법기관의 적극 대응 기조로 인해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폭력 행위에 대한 상담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폭언 및 방임 등 정서적인 폭력에 대한 신고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가정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법당국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신체적 폭력의 신고는 최근 많이 줄었다”면서 “다만, 폭언과 방임 등의 정서적으로 이뤄지는 가정폭력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가정폭력에 대해 신체적 폭력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서적인 학대로 인한 가정폭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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