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1930~1984)의 작품전집 <이정환문학전집>(국학자료원)10권이 발간됐다.

그는 1970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10여 년간에 걸쳐 <까치방>, <샛강>, <유리별대합실>, <뱀춤>, <겨울나비>, <너구리>, <부부> 등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창작열을 불태웠다.

사실 이정환은 ‘사형수 소설가’, ‘한국의 밀턴’, ‘소설이 된 소설가’ 등의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가 한국전쟁 때 학도병으로 출전했다가 모친이 위급하여 집에 왔다가 귀대기한을 넘겨버린 탈영병이 되어 사형을 언도받은 탓이다.

나중에 풀려난 그는 전주에서 헌책방을 경영하며 <문예가족> 동인으로 활동하였고, 기구한 팔자를 소설작품으로 형상화하여 늦깎이로 데뷔했다.

생전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문구는 “나는 이정환 시대의 개막의 장을 소홀히 하고는 70년대 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서슴없이 예언한다”고 말할 정도로 촉망받았다.

하지만 이정환은 지병인 당뇨성 합병증으로 실명하고 말았다. 시력을 잃은 뒤에도 그는 창작을 계속하며 죽는 날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그가 말년에 신장을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이게 되자, 서로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려고 줄을 섰던 자녀들이 정성을 모아 전집을 펴낸 것이다.

<이정환문학전집> 10권에는 기 발표작 외에도 미발표 원고와 사진들, 육필 원고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더욱이 전집을 간행하는 과정에서 유고시가 한 묶음이 발견되어 그를 기리는 이들에게 값진 선물이 되었다.

이정환의 문재를 이어받아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녀 이진(57)은 “인간이니까 누구나 끝은 같겠지만, 유독 많은 풍상을 겪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이 한 편의 대하소설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작품들이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널리 익혀서 소설세계가 제대로 조명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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