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주행시험장(Proving Ground)을 '꿈의 산실'이라고 부르는데 야구인들이 돔(Dome) 구장을 간절히 원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주행시험장은 부품이나 차량에 대한 제동, 엔진성능과 내구, 소음 등을 시험하고 실증하기 위한 종합 시험시설이다.
시험장 구축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이상의 넓은 부지와 적지 않은 비용투자, 그리고 장기간의 노력이 소요된다. 내부 시설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첨단의 기술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주요 완성차기업과 전문부품기업 등이 주행시험장을 갖기 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꿈의 시설을 전라북도가 갖고 있다. 군산에 위치한 새만금 주행시험장(SMPG, SaeMangum Proving Ground)이 그것이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 준공된 본 시설은 43만㎡의 부지에 국비를 포함해 530억원이 투입되었다. 자동차산업이 새만금 시대에도 무궁한 발전과 지속성장을 바라는 도민의 염원이 담겨있는 주행시험장 준공 1년에 즈음하여 그 의미와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새만금 주행시험장’은 상용 모빌리티를 시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상용차의 회전반경, 무게, 가속특성 등에 적합하게 특화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승용차까지도 수용한다. 자율군집주행 관련 60km 미만의 ‘Pillar 1’ 단계 시험과 실증이 가능한 도로구조와 웨이브(Wave) 기반 통신시설을 구축했다. 영국의 VCA와 독일 TUV로부터 노면인증 및 시험인증 외부시험기관으로 지정도 되었다. 과거에서 미래까지의 모빌리티 개발을 위한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시험장 준공 이래 차량과 부품의 개발 단계에서 필요한 많은 테스트와 완성된 차량 판매를 위해 필수적인 인증 시험을 진행해 왔다. 새만금에 새로 공장을 착공한 A기업의 경우 최근에 인증 받은 대부분의 차량 시험을 새만금 주행시험장에서 진행했다.
‘전북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완성차 기업의 초빙으로 시험장을 방문한 외국 바이어들은 군산에 이런 시설이 있음에, 그리고 알찬 구성에 놀라워했다. 향후 시험장에서 신규차량 런칭쇼까지 병행한다면 지역형 일자리에서 생산한 차량들의 신뢰성 확보와 소비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계기도 될 것이다.
기술개발에서도 자율주행버스 개발과 법제화된 긴급제동시스템 등 첨단기술 개발의 장이 되고 있다. 기업유치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주행시험장에 연구소가 입주한 수도권의 B기업은 4월에 새만금 산업단지에 300억원을 투자해 공장 착공식을 예정하고 있다.
최근 국가적으로 새로운 중점육성 영역이 된 튜닝산업에 대한 인프라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다양한 튜닝차량의 드레그레이스(속도 경주)와 비포장도로에서의 오프로드 경주가 가능한 시험로가 설치된다. 이들 시험로가 보완되면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도, 시와 교통안전공단 및 한국자동차튜너협회 등과 협력하여 튜닝카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자동차 튜닝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여가 및 지역관광산업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자율주행자동차에서 저속상태의 시험이 가능하도록 모사 도심로를 구비할 예정으로, 새만금 테스트베드 구축사업과 연계하여 고속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다.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페스트 대재앙이 르네상스와 과학기술 발전을 촉발했던 교훈을 기억한다. 코로나19 이후 급변할 미래 모빌리티 준비에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주행시험장은 준공 1년 만에 참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고도 험하다. 기술원 임직원 모두는 지역과 기업,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노력에 전력을 다 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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