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장수(長水)는 물이 길고 많은 고장이라 하여 장수다.

장수군은 백두대간의 기(氣)를 이어받은 덕유산 자락의 수려한 산세와 해발 400미터 이상의 고지대로 산지가 70%이상인 산촌마을로 심심계곡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자랑하는 말 그대로의 청정지역이다.

또 전국 100대 명산중에 하나인 계남 장안산, 어머니 품같이 포근한 장수 팔공산, 그리고 금강 천리길의 발원지인 뜬봄샘이 있어 끊임없는 생명과 활기를 샘솟게 하는 고장이다.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천오백년 조상의 숨결이 있고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넘치는 장수에 최근 장수군민을 구한 또 한명의 서민 영웅이 나타났다.

왜장의 목을 끓어 안고 진주 남강에 투신, 나라의 위기를 구하고 순국하신 의암 주 논개님, 목숨을 걸고 장수향교를 지킨 당시 향교지킴이 충복 정경손님, 급류에 휩쓸린 현감이 목숨을 잃게 되자 뒤따라 물에 뛰어 들어 죽은 아전 순의리 백씨.

우리 장수사람들은 위 세분을 장수삼절(長水三節)로 존경하며 추앙하고 있다.

그 많은 명문 가족들에 비해 얼마나 순후하고 의로운 사람들, 그 서민 영웅들이 바로 장수사람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잦아들지 않고 확산이 장기화 되고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온 국민이 긴장하며 힘들어 하고 있다.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에서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반면 자가 격리수칙을 어기고 고발당하는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와중에 칭찬을 받는 서민 영웅이 나타났다.

장수출신 김 간호사, 대구로 의료지원을 갔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감염된 의료진인 김 간호사는 모범 격리를 실천해 장수군민들의 안전을 지켰다.

파견 근무를 마친 김 간호사는 지난달 22일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만일을 위해 스스로 2주간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자가(自家) 격리 정도가 아니었다. 유폐(幽閉) 수준의 자기 감금이었다. 장소는 친정과 가까운 장수군 장계면의 한 빈집을 골랐다. 마을 중심부에서 1㎞ 떨어진 곳이었다. 김 간호사는 전기만 들어오는 곳에서 13일간 외로운 싸움을 했다.

김 간호사는 격리기간 일절 외출하지 않았다. 유일한 접촉자였던 김 간호사 어머니는 식사를 가져다줄 때만 딸을 만났다. 이때도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문 앞에 음식을 두고 먼발치에서 안부를 묻고 갔다.

김 간호사의 아버지는 아예 다른 곳에 기거하며 딸과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

철저한 자가 격리 수칙을 준수한 간호사였다. 그 후 양성 판정을 받고 전북대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장영수 장수군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구에 의료봉사를 다녀 온 김 간호사의 훌륭한 대처와 봉사 및 희생정신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아 그를 칭찬 한다. ‘당신이 바로 이 시대의 영웅입니다. 하루 빨리 완쾌하셔서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가시고 평안한 일상으로의 삶이 영위되기를....’

모든 자가 격리 대상자들이 철저한 자가격리 수칙준수와 김 간호사의 정신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서민영웅 김 간호사님 또한 장수사람이다.
/고강영 한국문인협회 장수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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