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 11편을 발표했다.

한국경쟁은 2019년 1월 이후 제작된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메인 경쟁 섹션이다.

올해 한국경쟁에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125편의 출품작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본선 진출작이 결정됐다.
선정된 11편은 극영화 ‘갈매기’(감독 김미조), ‘괴물, 유령, 자유인’(감독 홍지영), ‘나를 구하지 마세요’(감독 정연경), ‘담쟁이’(감독 한제이), ‘더스트맨’(감독 김나경),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감독 신동민), ‘빛과 철’(감독 배종대), ‘생각의 여름’(감독 김종재),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홈리스’(감독 임승현), 그리고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33’(감독 조은)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출품된 125편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다”며 “양극화된 세계 속 극심한 빈곤과 고통, 갑의 횡포와 을 대 을의 대립,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이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선정작들은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한국경쟁에 선정된 11편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절반이 넘는 6편이었다. 이는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사회와 영화계가 서서히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는 사실의 반영”이라고 설명하며 “남자 감독의 영화 중에도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적 담론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두드러지게 많다는 사실 또한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선정된 ‘갈매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기운을 담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가까운 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착오적 남성중심주의와 여전히 만연한 어처구니없는 편견을 폭로한다.
사회 양극화와 기본적인 삶을 위협하는 빈곤 문제를 다룬 영화로는 ‘사당동 더하기 33’가 있다. 동국대학교 조은 교수가 지난 33년 동안 한 가족의 삶을 추적한 기념비적인 다큐멘터리다. 사당동에서 살다 재개발 사업으로 쫓겨나 상계동에 새 둥지를 튼 한 가족을 꾸준히 추적해 온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던 ‘사당동 더하기 22’ 이후 11년 사이 이들 가족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사회학적 주제만이 아니라 풍부한 다큐멘터리적 가치도 가진 영화다.

‘빛과 철’은 어느 밤 벌어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쥰다. 삶의 한계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는 이들의 대립이 사실은 을 대 을의 잘못된 싸움임을 이 영화는 예리하게 비춰낸다.
이로써 ‘한국단편경쟁’에 이어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까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선보일 장단편 한국영화 경쟁작들이 모두 베일을 벗었다.
11편의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들은 5월 28일 개막하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에게 소개되며, 본선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대상, 배우상 등의 시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속적으로 파악, 점검하며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관객과 게스트, 전주 시민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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