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도시’는 람사르 습지 인근이 위치하고 있으면서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지역사회가 참여?활동하는 도시 또는 마을을 일컫는다. 수많은 생물종이 더불어 살아가는 서해안 갯벌과 운곡습지를 보유한 고창군이 전라북도 최초 ‘람사르습지도시’에 도전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주

“자연을 소중히 하는 법 고창에서 배워요”
경외스런 복원본능_운곡습지, 수천종의 생물들이 살아가는 생태천국_고창갯벌 

■운곡습지
운곡습지는 봄을 맞아 움트는 자연의 생명력이 가득하다. 운곡습지는 1981년 고창군 아산면을 관통해 지나가는 주진천을 댐으로 막아 운곡저수지가 생기면서, 그곳에 자리한 운곡리와 용계리가 수몰됐다. 물에 잠기거나 경작이 금지되어 삶터를 잃은 9개 마을, 158세대 360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습지를 개간한 계단식 논도 사라졌다. 30여 년이 흘러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폐경지는 놀라운 변화를 맞이한다. 사람은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잃었지만, 인적이 끊기니 경작으로 훼손된 습지는 원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그곳에는 원시 생태계가 생겨났다. 이렇게 형성된 운곡습지는 2011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같은 해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싱그러운 초록빛 풀밭에 고인돌이 점점이 박혀 있는 비탈길을 올라 나무가 하늘을 가릴 듯한 시원한 숲길을 지나면 탐방로가 시작된다. 운곡습지 입구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펼쳐지는 호젓한 아름다움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한 느낌을 준다.
여기저기 이름 모를 새들은 봄을 알리는 합창을 들려주고, 탐방로 주변에는 광대나물, 제비꽃, 현호색, 쇠별꽃, 양지꽃, 개구리발톱, 산자고 등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가 기지개를 켠다. 습지를 둘러보기 좋게 마련된 탐방로의 데크를 쭉 따라가다 보면 고라니 한 쌍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연초록의 나뭇잎들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운곡습지에는 수달, 황새, 삵, 담비, 구렁이, 새호리기, 팔색조,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과 천연기념물이 원시의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고창 갯벌
‘고창갯벌(2010년 2월 지정)’은 우리나라 람사르습지 중 가장 큰 규모로 40.6㎢(1230만평)에 이르며 펄갯벌, 혼합갯벌 및 모래갯벌이 조화롭게 분포 돼 있다. 다양한 저서동물과 염생식물이 서식함은 물론 흰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민물도요, 큰고니 등과 같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동호해수욕장 옆 하전어촌체험마을의 갯벌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은 질퍽한 갯벌에 들어가 갯벌에 사는 어패류를 찾아내며 갯벌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낀다. 몸이 진흙 범벅이 되는 건 중요치 않다. 갯벌 체험 자체로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지만, 그와 더불어 갯벌에 깃든 생명체의 소중함을 느끼고 환경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물이 빠지면 1㎞이상 드러나는 널찍한 갯벌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바지락·동죽 등 조개류와 돌게·고둥 등을 채취할 수 있다. 모래와 펄이 섞인 갯벌이어서 발이 잘 빠지지 않아 어린이를 포함한 온가족이 어렵지 않게 조개류 채취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조개류는 호미 등으로 갯벌을 파서 채취하고 돌게나 고둥은 바위자락에 지천으로 깔려 있어 주워 담으면 된다.
특히 고창갯벌을 비롯한 ‘한국의 갯벌’은 오는 7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갯벌’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생물종 다양성이 나타나며, 저서동물, 염생식물은 물론, 흰물떼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종의 서식처로 호평 받고 있다. 또 지형적·기후적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펄 퇴적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로 제시했다.

■행정과 마을의 노력
고창은 행정과 민간이 함께하는 습지 생태계 보호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군은 관련 조례를 만들고, ‘운곡습지 개선지역 복원(2014~2017년)’, ‘2차 고창갯벌 생태계 복원사업(2017~2020)’을 진행했다.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여부는 람사르협약 사무국 검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제59차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인증이 확정되면 내년에 열릴 제14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인증서를 받게 된다.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시 ‘람사르’상징(브랜드)을 6년간 지역 농수산물이나 생산물판촉, 생태관광활성화 프로그램 등에 활용한다. 또 습지보전이용시설, 생태관광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지속적인 국가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창군 생태환경과 이명수 과장은 “고창군이 세계적인 람사르습지 도시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마련, 생태관광활성화 및 지역주민 소득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 하겠다”며 “지속가능한 보전책임과 습지의 현명한 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지역주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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