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한지 벽지와 한지 장판 사업을 하면서 시작한 인연이 지호 공예로 이어졌습니다. 사업이 안정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원주 대한민국한지대전 초대 작가가 됐습니다.”
  지호 공예가 조숭환(56·소양한지갤러리 대표)의 이색적인 이력이 화제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공예를 배웠고 이후에는 직원들 복지차원에서 김선주 공예가를 초빙해 강의를 받는 등 한지공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가 지호 공예로 방향을 잡은 것은 2015년. 색지, 지승, 지호 등 한자공예의 여러 분야를 섭렵했던 그가 지호를 선택했다.
  “지호는 주로 그릇을 만드는데 사용됐습니다. 특히 항아리 위주의 작업을 많이 하는데 항아리가 주는 옛스러움에 위안과 평안을 느꼈습니다. 전통항아리에 대한 애정이 깊어가면서 문양 등 전통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항아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옹기로 확대되면서 이 분야 장인에게 공부를 했습니다.”
  지호에 대한 공부는 작업의 마무리 단계인 옻칠에 대한 공부로 이어져 옻칠 명인인 이정두(남원목공예협회장)로부터 옻칠을 배웠다.
  배움을 나누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7년 전부터는 한지 공예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업도 진행했다. 매년 3~4명을 양성했고 이들 가운데는 각종 공모전에 출품해 입상하는 성과도 있었다.
  그도 2014년 ‘국회 문화상품전’에서 특선으로 첫 입상을 한 뒤 원주 대한민국한지대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특선과 동상을 받아 2018년 초대작가가 됐으며 지난해에는 ‘지호 소래기’를 출품해 금상을 받았다.
  초대작가로 선정됐다는 것은 공예작가로서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오랜 경력과 훌륭한 작품성을 통해 공예가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초대작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초대작가가 되면서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지호는 우리의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지호가 지닌 작품성과 역사성을 알고 작업에 임하면서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2019년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융합디자인학과에서 미술학 석사 졸업했다. 그의 졸업 논문은 ‘전통 지호공예의 역사적 고찰에 따른 현대 작품의 조형성 접근’으로 전통을 제대로 공부해 올바르게 계승하려는 그의 노력의 결실을 보인 것이다.
  그는 또 예술집안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조호익 작가는 그의 둘째 아들이다. 전국한지공예대전과 대한민국한지대전 초대작가로서 공예계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부인 역시 수채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가족이자 예술인으로 서로의 작업에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사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전주에서 개최되는 전국한지공예대전에는 한 번도 출품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부터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한지공예대전에 출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올해 목표가 있다. 6월 쯤 자신의 지호 공예품을 완벽하게 선보이는 개인전을갖는 것이다. 소소한 개인전을 가졌지만 제대로 된 개인전을 아직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 시대의 지호 유물을 재현한 작품을 비롯해서 자신의 역량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드러낼 계획이다.
  “사업으로 만난 한지가 저를 공예가 길로 이끌었습니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우리 전통을 잇는 지호 공예가로서 실력과 품위를 지켜가며 전주 공예를 빛내는데 일조를 하겠습니다.”
  현재 사단법인 한지문화진흥원 이사, 전북대학교 문화재돌봄사업단 운영위원이며 전북대학교 고창캠퍼스에 출강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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