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의 여자친구가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네가 유령도시가 된 것 처럼 적막해졌습니다. 환히 불을 켜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미 몇주 째 하루 다섯 테이블을 채우기 힘듭니다."

전주시 송천동에서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A씨(38)는 전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음식업의 경우 건물 월세와 인건비를 차치하고라도 재료비가 고스란히 낭비되면서 타 업종에 비해 피해가 손에 잡히는 업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까지 겹치면서 외식을 꺼리는 풍토가 자리잡으면서 외식업계는 생존을 위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K-firi)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외식업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영향 모니터링 3차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국내 확진자 발생 이전에 비해 외식업 고객 수가 약 3분의 1(32.7%)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평균으로 전라권은 이보다 심한 33.5%가 줄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업소 600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에서 21일까지 총 나흘간에 걸쳐 방문 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로, 회원업소가 아닌 곳까지 포함한다면 고객 수 감소는 50%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실제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전후를 비교하면 7~80% 이상 고객이 급감했다는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다.

평균 고객 감소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관광업이 주된 수입원인 강원도가 47.5%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으며, 이어 제주도(40.6%), 서울시(38.1%) 순으로 나타났다.

전라권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2주 간 일 평균 고객 수를 조사한 1차 조사에선 31.2%의 고객 감소율을 보였다가 2차 조사(발생 후 3주)에선 27.1%로 감소율이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발생 후 4주 간 일평균을 조사한 3차 조사결과에선 33.5%의 고객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확진자 확산 속도가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부터 다시 고객 수가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고객 감소율을 살펴보면 '한식'이 36.5%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으며, 일식·서양식(36.3%), 중식(30.9%)이 그 뒤를 이었다. 한식의 감소율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찌개나 반찬 등을 한 그릇에 담아 공유해 먹는 한식 특유의 식문화 때문으로, 이번 코로나19가 비말 감염인 것에 비추었을 때 공동 식기에 담긴 음식을 먹어야 하는 한식의 고객 감소폭이 여타 음식업에 비해 큰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로 고객 수 감소를 경험한 업소들을 대상으로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정부의 지원 대책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는 품귀현상이 극심해진 보건용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을 기증 받는 '현물 지원'이 44.4%로 가장 높았으며, 자금지원(43.6%), 금융지원(42.1%)이 뒤를 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외식업계의 고객 수 감소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부는 일선 외식업체를 위한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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