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1번 확진 환자 이후 급속도로 번지면서 전북을 비롯해 전국이 비상에 걸렸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던 도심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고, 확진자가 방문한 상가는 어김없이 폐쇄됐다.
공개된 확진자 동선으로 인해 손님들 방문이 뜸해지자 상인들도 울상이다. 전국 유·초·중·고등학교는 개학 일정을 연기했으며, 대학 당국도 개강을 늦췄다. 각 지자체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나서는 등 사태 수습 중이다. ‘신천지’가 쏘아 올린 폭탄은 전북을 비롯해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 무서운 확산세…코로나19로 바뀐 것들
코로나19 여파로 헌정 사상 처음 국회가 폐쇄됐다. 국회는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방역을 위해 폐쇄했다가 다시 문을 열었다.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 기능이 정지된 적은 있지만, 전면 폐쇄는 최초다.

국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과 검역수준을 강화하는 이른바 코로나3법(검역법·의료법·감염병 예방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앞으로 의료진의 입원이나 격리 조치에 불응할 시, 처벌 수위가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다.

한국 천주교회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16개 교구의 미사도 중단을 선언했다. 전주와 완주, 고창 등 전북 일원을 담당하는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달 25일부터 교구 내 성당과 기관, 성지에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주일미사와 평일 미사를 3월 11일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전주교구는 지난해 말 기준 20만 1690명의 신도와 본당 96개소 공소 76개소가 속해 있다. 전주교구 관계자는 "1937년 교구 설립 이후 83년 만에 처음으로 교구 미사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도내 조계종과 태고종을 포함한 사찰 250여곳도 법회나 모임을 중단하거나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 4010개 교회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속속 예배를 중단하고 있다.

아울러 도내에서 진행되는 공채 필기시험도 미뤄졌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은 지난달 29일 실시하려던 시험을 7일로 연기했으며,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추가 연기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도 향후 열흘 정도가 코로나19 확산을 좌우하는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시험을 무기한 미뤄둔 상태다. 전북경제통상진흥원도 7일 시험을 2주간 늦춰, 21일 진행할 예정이다.

▲ 코로나19 슈퍼 감염지 ‘신천지’ 전북 현황  
정부와 각 지자체가 코로나19 슈퍼 감염지로 떠오른 신천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난달 26일부터 본격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무더기로 쏟아졌으며, 신천지신도들과의 역학적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북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전체 신도 1만326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1일 도에 따르면 전체 신도의 1만3260명에 대해 조사를 끝내고, 이 중 증상이 있는 177명을 파악했다. 도는 지난달 29일까지 유선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결과 인후통, 기침, 가래 등이 나타난 유증상자는 177명(1.3%), 무증상자는 1만2549명(94%)으로 확인됐다.

도내 유증상자 177명 중 104명은 검체 채취를 완료했으며, 그중 2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73명도 검체 채취를 진행해 조속히 진단검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64명 중에는 10명이 유증상자로 확인됐으며, 시군별로 전주 35명, 군산 8명, 익산 15명, 김제 1명, 완주 5명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유증상자 10명 중 4명이 음성, 6명은 검사 진행중이다. 도는 전화통화가 안된 신천지 신도 564(4.3%)에 대해서는 경찰의 협조를 얻어 계속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정부에서 입수한 신천지 명단 조사결과 확인된 유증상자는 조속히 검사하도록 해 관리할 계획이다"며 ”아직 미착신 또는 미응답한 이들에 대해서는 경찰협조 등을 통해 신속히 조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은 계속…전북도 계획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한 세계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올렸다. 정부도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시키고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신도의 코로나19 확진 판정률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향후 며칠간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 환자가 더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 어디까지 확진자가 늘어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이 경미 하면, 대부분 환자가 감염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접촉자는 계속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북도 유증상자로 분류된 177명 신도들 가운데 음성 판정을 받은 27명을 제외하고는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진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도는 감염 위험성이 높은 신천지신도를 우선적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또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가 철저히 될 수 있도록 집중관리한다. 무증상자도 2주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확산 방지에 나선다.

도는 비상 추가경정 예산안을 긴급 편성 운영하고, 방역과 대응 활동에 필요한 예비비와 재난관리기금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등 행정력에도 집중한다.
선별 진료 의료기관으로 운영 중인 병원을 코로나19 전용 병동을 지정하고, 시군 보건소의 일반 업무도 잠정 중단시켜 코로나19 대응체제로 전환하는 등 방역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