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원불교 교무

익산 만경대교를 지나 남전리에서 김제청하 동지산리까지 십여리를 걷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일까! 주말인데도 간혹 강태공들이 간혹 보일 뿐 인적이 드물다. 온난화가 지속 되고 있지만 그래도 겨울 강바람이 아닌가! 수변공원의 갈대와 억세 풀숲이 겨울의 정취를 더하며 흔들거린다. 해마다 겨울이면 철새를 만났다. 간혹 반갑게 보이던 노랑부리 저어새가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길옆 마을에서 불법소각 연기가 오르고 강변에서 강태공이 피우는 담배연기를 보고 덜컥 겁이 났다. 바람이 제법 불어오니 건조한 겨울 마른잎 너른 평원에 불이 날까 무서웠다. 문득 지구촌 산불의 두려움이 생각났다. 정기적인 캘리포니아 산불..아마존 우림 산불은 화전으로 인하여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불로 피해 규모는 일본의 규슈와 맞먹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하였다. 호주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사상 최악의 산불로 한국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4만9000여 km가 불탔으며, 소방관 10여 명 등 사망자도 24명이 사망했고 포유류·조류 등 4억마리 이상이 화재로 죽었을 것 이라 추정했다. 그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두려움이 찾아왔다. 우리가 직면하고 경계하는 코로나19 전염병이다. 이는 메르스, 사스 등 대규모 전염병들과 함께 공통적으로 동물들과 관계가 있었다. 사람도 동물이다. 지구온난화의 재앙이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가 악몽의 시작일 뿐이라고 한다. 두려운 일이다. 높은 온도에서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하기에 우리의 인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체온을 올려 치유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 병원균들도 높은 온도에 적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면역능력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우며, 백신마저 준비가 안 되는 상황이다. 더하여 극지방이 녹아내리니 미지의 병원균 등이 드러나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지구촌 재앙이다. 지구의 생태계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 때문에 생태계가 망가지고 오염되어 이제 자신을 방어하기 힘든 모습으로 인과응보를 치르게 된다. 바이러스에게 한 수를 배우게 된다.
  근세의 선각자이신 鼎山종사는 동기연계(同氣連契)를 설파하며 “모든 인종과 생령이 근본은 다 같은 한 기운으로 연계된 동포이니 서로 대동 화합하자고 하여...그 근본을 추구해 본다면 근본 되는 기운은 다 한 기운으로 연하여 있는 것이므로, 천지를 부모 삼고 우주를 한 집 삼는 자리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은 동포 형제라 하여, 인류 뿐 아니라 동물들과 곤충까지라도 본래 한 큰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다 화합하자” 하였다. 어려울 때일수록 지구촌의 모든 생명들을 이해하고 화합하는 겸손을 배울 때이다. 수백 만년의 지구역사 가운데 100여년 짧은 기간에 인간의 탐욕이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고 파괴하던 오만이 불러온 결과물이다. 이제 중국이니! 대구니! 먼저 발생했다는 이유로 고통받는 이웃을 살피는 마음으로 밀려오는 두려움을 걷어내자. 물론 철저한 보건절차는 이행해야 하지만 아직도 편을 가르고 감염지역을 비난하며 두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이러스 감염 치료 현장에서 움직이는 의료인력과 전문가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별것인가? 우리의 잘못으로 극복해 가야 할 바이러스 증상이라고 생각하자. 오히려 우리 사회엔 아직도 각종 사고와 경제적 어려움, 여타질병들로 받는 고통이 현 사태로 받는 고통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는 무었이 되었든 이웃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진정 우리가 두려워할 일은 고통받는 동기연계의 이웃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만경강 강바람을 맞으며 홀로 걷는 이 시간 성찰과 몰입이 절로 된다. 주말엔 자연을 벗삼아 마스크를 챙겨서 아름다운 강변을 걸어보자! 다시 힘차게 지구촌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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