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당한 20대 취업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순창경찰서 등은 지난달 22일 순창의 한 아파트에서 A씨(28)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0일, 자신이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A씨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며 A씨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남성은 그 과정에서 A씨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A씨의 이메일로 조작된 검찰 출입증과 명함 등을 보내기도 했다.
남성은 “전화를 끊을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즉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협박도 덧붙였다. 그의 말을 믿은 A씨는 결국 11시간가량 통화를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정읍으로 이동해 430만원을 찾은 뒤, KTX를 타고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 돈을 가져다 놓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A씨에게 인근 카페에서 기다릴 것을 지시했다. A씨는 줄곧 기다렸지만 다시 연락이 닿는 일은 없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품인 휴대폰을 확인하던 중, 안에 남겨져 있던 유서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안 가족들은 이튿날 아침 8시께 경찰에 진정서를 내 수사를 요청했다.
A씨의 아버지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보이스피싱 관련자 처벌을 비롯해 대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11일 오후 3시께 대포폰 명의자를 검거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일당을 검거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수현수습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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