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현 전기안전공사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가장 귀엽다. 우리 부부도 예외는 아니다. 아내는 아이와 외출할 때마다 코디에 정성을 다한다. 자기 자신은 청바지에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을지언정, 딸아이는 아래 위 색을 고려해서 입힌다.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밀림과도 같은 옷장을 뒤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내는 오늘도 아이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다. 옷을 꺼내고 넣기를 반복하다 마음에 드는 옷 하나를 꺼낸다. 아내는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반짝이는 큐빅이 달린 리본과 함께 코디를 시작한다.
 딸아이의 귀여움에 중독된 우리는 대담한 마음을 먹었다. 모 음료회사에서 주최하는 아기모델 콘테스트에 도전하기로 했다. 평소 주변에서 딸아이가 귀엽다는 소리를 듣다보니 우쭐해졌나보다. 콘테스트에는 뛰어난 아이들이 많이 참석할게 분명하다. 자기 자식의 외모에 자긍심을 갖는 부모가 한두 명이겠는가. 우리 부부에게 그런 자신감이 어디서 생겼나 모르겠다. 아이의 귀여움에 취해도 너무 취한 것 같다. 부모가 되면 그렇게 되는가 보다.
 우리는 응모 전부터 이미 당선된 것 마냥 신이 나 있었다. 사진만 제출하면 대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집 근처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나들이도 할 겸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내는 오랜만에 서울 구경을 한다며 들떠서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아내는 친구에게 핑크뮬리로 이름난 공원을 추천받았다. 핑크뮬리는 분홍색 꽃이 아름다운 식물이다. 당시 핑크뮬리가 인기가 급상승할 때라 공원에 사람이 많았다. 친구, 연인, 가족 등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핑크뮬리에 몸을 싣고 있었다.
 공원에는 대지를 쓰다듬는 바람의 손길로 핑크빛 물결이 일어난다. 낭만의 물결 사이로 사랑의 온기가 채워진다. 모든 이가 주변의 경관을 취해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가을의 낭만을 알기엔 너무도 어렸다. 공원에 도착한지 오래지않아 사람이 많은 것이 싫었는지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미션을 완수해야 했다. 카메라에 아이의 환한 웃음을 담아본다. 이미 기분이 상한 아이는 쉽게 웃어주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아내를 쳐다보는 것이 빨리 안아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곧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아 음료를 든 사진을 재빨리 찍었다.
 결국 표정이 좋은 사진을 건지는데 실패했다. 그래도 응모는 해봐야겠다 싶어 사진 두 장을 선정했다. 아이의 갈색머리와 핑크뮬리에 햇빛이 반사되어 가을느낌이 물씬 나는 사진이었다. 표정이 아쉽긴 하지만 부모의 욕심이 앞선 결과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욕심이란 대단한 것 같다. 주변을 보면 아이에게 열성을 보이는 부모들이 많다. 회사에서 영상제작을 담당한 적이 있다. 안전요령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나오는 장면이 있어 영상 감독이 추천 모델의 이력을 들고 왔다. 이력을 보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유치원생 밖에 되지 않는 아이의 경력이 A4용지를 한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기업의 영상에 출연한 아이도 있었다. 웬만한 어른들은 명함도 못 내밀 화려한 경력들이다.
 아이의 대단한 경력 뒤에는 엄마의 노력이 뒤따른다. 그간 촬영장에서 만나봤던 아이모델 중 엄마가 매니저로 오지 않은 이는 한명도 없었다. 엄마의 핸드폰에는 그간 아이가 촬영했던 영상들이 담겨있어 틈틈이 촬영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이 펼쳐졌다.
 아이들이 세상을 알기도 전에 부모로 인해 경쟁이란 것을 배운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는 것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여겼는데 마음이 흔들린다. 부모로서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 된다. 자유롭게 자랄 수 있도록 뒤에서 바라봐주는 부모가 되어야 할까? 주변에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니, 세상에 뒤처지지 않도록 앞에서 이끌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할까? 어느 길을 디딜지 정하는 것이 부모로서 내게 부여된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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