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강살리기익산 네트워크 공동대표

출근 전에 강아지 사료를 챙겨주는 것은 나의 일상이다. 이곳 시골마을 려문제(麗門齊)로 이사 오면서부터 가족이 된 반려견 “바우와 우리”는 유난히 동물을 좋아하는 둘째아이의 간절한 소망으로 인연이 되었다. 아들은 흰둥이와 누렁이였던 강아지의 이름을 지어주었고 앞으로 밥도 주고 뒷정리도 잘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었다. 물론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나 오늘날 이들은 내가 살피는 나의 강아지가 되었다. 큰 마당에서 잘 자라서 이젠 3년생 성견이 되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침마다 녀석들에게 사료를 하루이상 먹도록 넉넉히 배식하고 출근하는데 작은 강아지 우리의 밥그릇이 계속 비워져 있다. 
  요즘 날씨가 따듯하니 식욕이 생기나 했는데  밥그릇 주변이 온통 새의 똥이다. 주말에 창가에서 자세히 관찰하니 집주변에 사는 머리는 검은색이며, 몸은 옅은 회갈색을 띤 물까치가 10여 마리 족히 넘는 수가 우루루 몰려들어 사료를 흡입하고 있었다. 요 녀석들은 잡식성이며 경계심이 많고 집단으로 몰려다니다 보니 강아지는 그들을 쫓아내지 못하고 제 밥도 지키지도 못한 체 멀뚱멀뚱 딴청을 피우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웃고 말았다. 과연 집을 지키는 견공이 맞는가?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마루 아래로 사료 그릇을 조금 옮긴 후에 강아지는 밥을 편안히 먹을 수 있었고 뒤뜰에 물까치 노는 곳에 음식을 모아 놓아 다시 마당의 평화가 찾아왔다.
  포근했던 고유의 설 명절이 언제였는지 빠르게 지나갔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으나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심각하게 긴장 시키고 있다. 정부에서는 방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고 중국 우한에 고립된 국민을 전세기로 귀국시키기로 결정 하자 감염이 우려되니 무섭다고  아우성이다. 잠복기인 2주 동안 천안의 국가시설에 격리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가 천안시민들의 원성이 쏟아졌고, 다시금 아산·진천으로 방향을 정 했다. 정치적으로 천안 보궐선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다시 아산·진천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젠 어떻게 할 것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감염시 치사율이 3%정도라 하니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작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공포스러운 위험을 피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위험 요소를 몽땅 없애 버리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사람과 마을을 가리지 않고 모두 불태웠던 흑사병이 창궐하던 중세가 아니다. 원불교의 정산 송규는 작은 업(業)이 무서워 도망가는 소심한 수행자들에게 ‘인과(因果)가 무서워서 옳은 일을 못하는 사람은 인과를 모르는 사람만 못하나니라.’ 하였다. 우리국민을 보호하는 일은 옳고 또 옳은 일이다. 우한에서 오는 국민이 죄인인가? 코로나 보균자라는 확증도 없다. 그들은 내 가족이요 친지들이다, 일하러 공부하러 갔지 않겠는가. 이미 몇몇 국가가 자국민을 모아서 데려갔지만, 이렇게 집단으로 격리하고 야단법석을 떨지는 않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단체회의가 있어 우리지역에 이분들이 오면 어떠냐는 질문에는 우리 역시 반대라며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었다. 정부의 서두르는 정책이 문제를 키운다고도 하였다. 유아기관 등 학부모들의 관심역시 내 아이의 안전이여서 한달 보내지 않는다고 통보하고 명절에 여행한 원아를 분석하고, 중국인 이라면 택시가 승차를 거부하고, 중국인 출입을 금한 가게와 식당도 등장했다. 중국인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언어를 보면 안다고? 요즘 국제적인시대에 영어만 구사하면 중국인인지 대만인인지 구분은 불가능하다. 이제 증명서를 제시하라는 업소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방제를 피하기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그럼 병원에서 증세를 보이는 모든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해도 될까. 직업에는 윤리와 책임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의료인은 병을 치료해야 하고, 택시 기사는 승객운송을 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준비만 되어있다면 우리의 준비에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릴 코로나를 지켜보며 국민모두가 어려울 때 함께 가는 친구가 되어보자, 배고픔을 나누는 강아지와 물까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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