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보건당국이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연구에 착수한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그러나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개발이 빠른 시일 내에 완료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물과 사람 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되는 감염병을 ‘인수공통전염병’ 혹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한다. 동물에서 온 인수공통감염병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아 개발이 어려운 데다 감염병 백신 개발은 만성질환보다 ‘돈’이 되지 않아 중단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사스가 창궐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의 역할론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연구하는 전문시설이다.
이 곳은 국비 371억원과 지방비 48억원 등이 투입돼 2013년 12월 준공했다. 동물실험이 가능한 차폐동물실험동을 비롯해 생물안전차폐시설을 갖춘 연구동, 비감염 동물실험동, 행정동 등 건물 4동 규모로 아시아 최대다.
하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전임 교수와 연구진은 단 8명에 불과하다. 수백억원이 투입된 시설이지만 인원만 놓고 보면 사설 연구소 수준인 셈이다.
더욱이 올해 코로나바이러스로 연구소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은 상황인데도 예산은 오히려 줄어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 곳의 연간 운영비는 15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8억5000만원으로 깎였다.
이렇다 보니 감염병 연구는 근근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있는 메르스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기초적인 예방 백신 개발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곳은 전북대학교 소속으로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농식품부나 보건복지부의 관심 밖이다. 교육부 또한 예산 배분에서 특정 대학의 예산으로 여겨 이 분야에 대한 예산을 달리 챙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연구에 필요한 수백가지의 연구장비와 연구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우리는 AI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연구소의 정상적인 연구기능 수행으로 전염병 피해예방과 그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막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