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줄어들면서 전국적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들이 소아응급실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전북대병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 의료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명절 연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한 대형 병원 쏠림이 예상되는 가운데 소아 응급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돕기 위해 경증 환자는 동네 병의원을 이용할 것이 권고된다.

이와 관련 22일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료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응급환자가 아닌 소아진료의 경우, 진료가 지연될 수 있음을 양해 부탁한다’는 협조 요청의 안내문이 게재됐다. 병원 측은 소아응급환자들의 적절한 진료를 위해 경증환자의 경우 집 주변 이용을 당부했다.

전북대병원의 이 같은 조치는 2020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소아응급환자 전담 전문의 채용공고에서도 의료진을 구하지 못한 실정에 따른 것이다.

전북대병원은 전공의 2명과 소아 전문 의료진이 응급실 당직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공의 80시간 법준수를 위한 근무시간 조정으로 인력확충이 여의치 않다. 때문에 현재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외래진료와 입원은 물론 응급실 당직 근무까지 병행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당직근무가 겹치면서 업무의 과중과 과도한 진료에 따른 의료진들의 피로 누적 등 응급실 정상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진의 희생만으로는 소아응급실을 운영하기 무리가 따른다는 우려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자체,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소아 전문의 부족 현상은 전북대병원만이 아니라 전국 대형병원에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은 소아전담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해 소아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강원도의 한 국립대병원은 인력 충원을 하지 못하면서 소아청소년에 대한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병원은 이들 병원과 달리 소아응급실을 운영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응급실 진료 및 소아환자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 전담 전문의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라북도 내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및 응급의료기관에서도 중증 외에 환자의 전원 및 의뢰를 지양할 것을 협조 요청했다.

병원 측 관계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의 치료가 우선이기 때문에 중증응급 환자가 원활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증 환자는 가급적 동네 병원을 이용해드릴 것을 당부 드린다”면서 “현재 소아응급실 전담전문의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협의해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도록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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