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보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우리 모두 의사가 될 수는 없지만 헌혈을 통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는 있다. 헌혈은 아무런 조건 없이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자 고통받는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다. 현재로서는 혈액을 대체할 물질이 존재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하다. 즉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에 따르면 1월 1일 00시 기준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3.5일분(적정헌혈 보유량 5일분 이상)이다. 혈액형별로는 O형은 3.0일분, A형은 2.8일분, B형은 5.0일분, AB형은 3.7일분을 보유하고 있다. 혈액수급 위기단계는 총 4단계로 분류된다. 혈액 보유량이 ▲5일 미만일 경우 ‘관심’ ▲3일 미만이면 ‘주의’ ▲2일 미만이면 ‘경계’ ▲1일 미만이면 최상단계인 ‘심각’으로 올라간다.
전북 헌혈인구는 2017년 11만4218명, 2018년 10만8582명, 2019년 12월 10만8903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혈액을 필요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반면 헌혈 가능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 혈액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초저출산(합계 출산율 1.3명 이하)이 계속되고 있고, 지난해 고령사회(65세 이상이 인구 중 14% 이상)로 진입했다. 혈액의 주공급자인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 반면, 주사용자인 노인 세대는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아직까지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무엇보다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참여와 건강한 사람들의 정기적인 헌혈이 절실하다. 의료계에서도 과도한 혈액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환자혈액관리(PBM. Patient Blood Management)를 통해 적정 혈액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연령대별 헌혈자가 고르게 참여하고 30대 이상의 중장년층 헌혈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헌혈자 중 72%가 10~20대로 젊은 층 의존율이 높다.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무엇보다 30대 이상의 연령층으로부터 헌혈자 모집을 확대하는 것이기에 중장년층의 자발적 헌혈 참여는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헌혈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헌혈로 백혈구, 혈소판 수와 간 수치, 총단백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B형간염, C형간염 등 혈액의 감염병도 확인할 수 있다.
중장년층은 바쁜 업무, 혈압 등 건강 상태, 약 복용, 해외여행 등 다양한 원인의 헌혈 부적격 요인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꾸준한 건강관리를 통해 헌혈로 아름다운 기부를 지속하는 중장년층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헌혈은 만 16세부터 69세까지의 신체 건강한 국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건강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인 헌혈을 사랑 가득한 경자년(庚子年)을 위해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출발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누구나 헌혈 영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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