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프로야구 시리즈가 끝난 후 비시즌에는 선수 영입, 트레이드, 보강 등 다음시즌을 준비하는 치열한 활동이 전개 된다. 이를 스토브리그(stove league)라고 하는데 경기가 없는 겨울철 무료해진 야구팬들이 스토브(난로) 주위에 둘러앉아 각 구단 소식을 이야기하며 열을 올린다 해서 생긴 용어다.
요즘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화제다. 만년 꼴찌 팀에 부임한 단장이 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조직을 진단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야구에서도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롯데자이언츠가 기아타이거즈의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스타선수를 영입해 시장에 충격을 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롯데구단의 단장은 체계적인 야구단 운영과 우승전략을 통계학적·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인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를 맨 처음 주창한 사람이기도 하다.
필자가 데이터에 대해 다소 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빅데이터가 AI,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임은 물론 이를 수행하는 R&D가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분야에서도 숨가쁜 변화와 혁신이 이뤄지고 있고 여기에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이 매우 커져 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관련 기술 개발과 전략에 2025년까지 총 4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는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였고 ‘CES 2020’에서 그 베일을 벗고, 오픈 플랫폼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앞서 현대의 경우뿐 아니라, 승차공유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은 비전을 ‘모빌리티 플랫폼’구축에 두고 있다. 모빌리티의 사전적인 의미는 ‘이동성’인데, 현재는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각종 서비스를 폭넓게 아우르는 용어이자, 전통적인 교통수단에 IT를 결합해 효율과 편의성을 높인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자동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간 단순한 수송편의 제품으로서 자동차를 정의했다면 데이터시대의 자동차란 물리적 존재의 의미보다 이동 과정 자체가 중요해지는 현상을 모빌리티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자동차산업은 이제 모빌리티 중심의 이동성 서비스를 중심으로 급격한 변화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의 자동차산업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 노력을 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전기자동차 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군산형 일자리’ 추진계획이 그것이다. ‘명신 컨소시엄’과 ‘새만금 컨소시엄’이 투자의 주체로 2022년까지 4,122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17만 7천여 대를 생산하고 신규인력 1,9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전기택시 플랫폼 개발사업이 작년 하반기에 시작되었고 ▲승용에서 상용에 이르는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가변형 플랫폼 차량 개발사업과 ▲친환경 규제자유특구사업도 올해 본격 착수 된다.
또한 ‘자율주행 모빌리티’에 대한 사업도 추진된다. 새만금주행시험장(SMPG)와 새만금 수변로에 ‘자율(군집)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테스트베드는 개발된 기술을 실제와 유사한 조건에서 사전 검증을 거치기 위한 실증과 데이터의 축적을 이루는 핵심 방법이요 동력이 된다.
지난 2016년 필자가 근무하는 자동차융합기술원은 미래 자동차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등에 매진하자는 뜻을 담아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의 의미를 가진 磨針軒(마침헌)을 기술원 입구의 현판으로 새겼다. 올해 1월은 마침헌을 선포한지 4년이 되는 해이자, 기술원 설립 17년이 되는 해이다. 기술원은 R&D 역량 강화를 통해 전북 자동차산업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미래모빌리티의 핵심적인 역할 수행의 담대한 도전에 전력을 다 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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