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록 전북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
국악계에는 대통령상이 많다. 국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이 있고 없고로 권위를 달리하기도 하고 참여자들의 수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국악계 최초의 대통령상을 시상하게 된 것도 전주대사습대회에서부터였다. 예전에는 전주대사습대회에서 명창부에서 장원을 해야만 대통령상이라고 하였고, 지금까지도 진정한 대통령상은 전주대사습에서 나온다고 여기시는 분들도 많다. 대통령상을 받아야만 명창이라고 국악계의 인식도 한몫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술단체장을 뽑는 서류전형에서는 대통령상에 10점을 준다. 100점 만점에 10점은 보통 파격적인 혜택이 아니다.
 대통령상이라고 똑같은 대통령상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이미 희소성이 없어져서이다. 대통령도 본인 이름으로 대통령상이 시상되고 있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대회 진행과정에서 공정성의 시비로 대통령상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일도 자주 벌어졌었다. 국악계 어른이라고 하는 분들이 브로커로 전락해 추한 모습을 보였다. 전주대사습대회에서도 문제가 생겨 대통령상이 국무총리상으로 격하되는 일도 발생하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통령상에 대한 믿음과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국악인 스스로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도 국악인에게 있다. 대통령상을 수상해도 방송이나 신문에 나지 않는 것도 국악계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상을 지원하는 장관상이상 국악경연대회가 80개가 넘는 것이 현실이다. 희소성이 없는 상의 남발로 국악계에서 상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경연대회에 상을 정리하고 통폐합하여 스스로 상의 권위를 높이는 제도를 만들고 국악인들은 공정하게 심사에 임하여야 한다. 그리고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추가적인 혜택은 모두 폐지하고 수상 자체를 명예를 여기고 보다 많은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연무대를 더욱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상 수상에 따른 가점은 당연히 없애고, 국악인들도 대통령상보다는 본인의 실력을 매진해야 한다.  
 국악인들의 관심이 대통령상보다 관객으로 바뀌어야 한다. 문예연감의 통계에 따르는 국악이 전체 공연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관객 비중은 4% 미만으로 나온다. 관객의 행동이나 취향은 바뀐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관객은 감동을 받고자한다. 대통령상은 관객의 관심이 아니다. 관객은 명창의 소리에 감동하고, 보통 사람이 낼 수 없는 실력에 감탄하고, 소리꾼이 보여주는 감정의 전달에 눈물 흘린다. 이제부터라도 국악계의 관심이 관객으로 바뀌어야 한다. 요즘 대세라고 하는 트로트가수들과 팬들이 소통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여러 소리꾼들에게도 물어봐도 우선은 소리를 잘하고, 잘하고, 아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전라북도가 전통문화의 고장이고, 전주가 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컨텐츠를 계속 제작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예술정책 세미나에서는 매번 반복되는 메아리이다. 아니 새로운 관객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기존 관객을 나누어 먹기에만 급급했던 국악계의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다. 우리나라의 인구지형이 급격하게 초고령화시대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관객의 유입 없이는 국악은 30년 뒤에 문화재로만 남아 공연 현장이 아닌 박물관으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나는 희망한다. 새해 아침에!
국악을 통해 소리를 통해 더욱 많은 관객을 만나는 것을. 연말 방송국 시상식에서 자기 사람 챙기기 식의 시상식이 없어지고 진정한 우리나라 예술인들이 모인자리에서 소리꾼이 대상을 수상하며 ‘우리는 예술이라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며 관객과 뜨거운 눈물을 나누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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