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겨울이 심상치 않다. 예년 같았으면 벌써 두세 차례 눈다운 눈이 내렸을 법하지만 눈 없는 겨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기준 전주의 적설량은 ‘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4년 이후 16년 만의 기록이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난 1950년 이후 12월에 적설이 없었던 해는 1958년과 1986년, 1995년, 1998년, 2004년까지 5차례뿐이다.
보통 12월에 내리는 평년 적설량은 13.4㎝이다. 반면 지난달에는 겨우 한 차례 진눈깨비가 흩날리긴 했으나 눈이 전혀 쌓이지 않아 적설량은 없었다. 이달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사상 최초 12~1월 연속 적설량이 없는 겨울로 기록된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한반도 상공의 강한 고기압과 시베리아 고도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 찬공기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기온은 평년보다 높아지게 되고 대기 중 수증기가 눈이 아닌 비가 되어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눈 없는 겨울 대신 비가 내리면서 새벽시간대 동부권을 중심으로 블랙아이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니 사고 위험성이 눈길보다 훨씬 커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사례를 토대로 지구 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대폭 오르거나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바뀐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 역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의 온난화는 이미 알게 모르게 실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난 30년간 최근 10년이, 또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빨라지고 있다. 지구 환경의 급변화가 앞당겨진다는 메시지다.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가속화하면서 동물·식물 할 것 없이 계절을 헷갈리고 삶의 터전도 옮기고 있다. 여수 오동도의 명물 동백꽃이 서울에서 핀 지는 10년이 훨씬 넘었다. 온대 과일인 사과는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아열대 과일인 감귤 재배지역은 전남·경남 등으로 북상하고 있다.
한반도 해역에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와 멸치가 대거 들어섰고, 한류성 어종인 명태와 도루묵은 북상했다. 오징어는 남해에서 동해와 서해로 서식지를 확장했고, 남해안에선 아열대 어종 등장이 잦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앞에 도달했다. 온난화는 먼 미래의 가상현실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눈앞에 닥친 실제 상황이자 위협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 인류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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