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환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최근 전주시설공단 본부가 있는 화산체육관 바로 옆에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주시 중·서부권 주민들의 지식문화공간이자, 전주시 대표도서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꽃심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도서관입니다. 1층과 2층은 칸막이 하나 없는 열린 공간으로 구성됐고, 3층은 전국 최초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낀 12~16세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공간 ‘우주로 1216’으로 조성됐습니다.
‘우주로 1216’은 모둠 활동을 위한 공간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창작공간도 있습니다. 단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도서관을 넘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하고 창조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입니다.
또 꽃심은 기존 학습 위주의 공공도서관과 달리 전북지역 최초로 열람실이 없는 도서관입니다. 전주시는 앞으로 모든 도서관을 이 같은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전주를 전국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도서관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영국 등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서관이 '도서관 이상의 도서관(Beyond Library)'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책만 빌리고 보는 곳이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소통의 공간, 창작의 공간 등 복합적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주시도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인구가 5만 명에 불과한 일본 다케오 시는 복합문화공간 컨셉으로 건립한 다케오시립도서관 하나로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유명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도서관이 책을 읽고 소통하는 공간을 넘어 관광의 대상까지 되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도서관에 대한 다케오 시민들의 자부심이 클 수밖에요.
전주는 현재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대비 도서관이 2번째로 많은 도시입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반가운 일입니다. 다만 도서관이 많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시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책 읽을 토대와 조건은 수준 높게 만들어져 가고 있으니,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책을 더 많이 읽도록 유인하여 문화적 지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창의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우리 공단에서는 ‘북새통(책으로 새로움과 통하다)’이라는 독서 경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독서의 방법과 일상 속에서 책을 읽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특히 북새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독서 골든벨’에는 자발적으로 5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출전해 그간 독서를 통해 갈고닦은 실력을 겨루고, 독서감상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독서왕’으로 등극합니다. 약간의 인센티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보상과는 별개로 행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유익한 경험입니다.
작은 공기업에서 시작한 이런 프로그램이 다른 기관들에도 널리 퍼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주가 ‘도서관 도시’의 본질적 목적이랄 수 있는 ‘책 읽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요? 수많은 여행객들이 전주를 찾아오는 이유가 한옥마을 때문만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도서관 순례와 책 읽는 시민의 지성으로 빛나는 얼굴이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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