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 흰 쥐띠 새해가 밝았다. 자연재해에 대한 예지와 풍요롭고 행복한 가정의 출발로 여겼던 다산을 상징하는 쥐는 오랜 세월 긍정과 부정의 아이콘이 겹쳐지며 우리와 함께 했다. 부지런하고 강한 생활력의 상징으로 이해되며 쥐띠 출생을 반기기도 했지만 현실에선 썩 다가오지 않는 부정적 이미지의 대상이기도 했다. 상대를 비하하는 의미로 자주 쥐를 인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쥐의 긍정적 믿음은 위험한 뱃일이 많은 해안 마을이나 섬 지명에 까지 사용됐고 전북에도 쥐의 의미를 담은 지명이 9곳이나 돼 전남 25개 다음으로 많다. 12지 동물 중 가장 생활력 강하고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동물로 분류되는 만큼 많은 수는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과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희망과 가능성에 대한 각오로 시작하는 새해인 만큼 많은 긍정적 의미를 담아 올해는 과거와 달라질 거란 믿음 속에 경자년을 맞이했지만 현실이 그리 녹녹치 않음은 큰 기대 못지않은 걱정이다.
당장 삶과 직결된 모든 경제적 상황은 과거의 고통그대로 새해로 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고용을 늘리고 수출과 투자 활성화를 통한 혁신성장으로 경제 대도약을 이루겠다고 강조하는 정부지만 국내외여건은 답보내지 하락을 예고한다. 고용은 악화일로고 기업은 투자를 접는 상황이다.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수출규제 벽은 높아지는데 개방 압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절대적 경제 파트너인 미국, 중국, 일본 등 모두가 예외 없이 자국이익을 위한 계산기 두드리기에 몰두하면서 우리의 입지는 좁아만 가고 있다. 여기에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요소가 될 수 있는 남북관계 까지 살얼음 판 외교로 회귀 하며 긴장감을 더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올해는 역대 최악이란 20대 국회를 청산시킬 총선이 치러지는 해다. 경제위기에 삶은 힘들지만 편안한 정치로 정신적인 안도감이라도 찾고자 했던 바람을 철저히 뭉개버린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란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국민적 결정을 필요로 하는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진중하고 현명한 국민적 판단에 쥐의 영민함이란 기가 더해지길 기대해 본다.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협력의 정치가 뿌리내려야만 국가 미래가 있고 국민 행복이 지켜질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자. 나아진다면 더 바랄게 없지만 최소한 지난 것 보다 못한 상황만은 피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해 보는 경자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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