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고은설 대표

최근 종영된 ‘동백꽃 필무렵’이라는 드라마를 참 재미있게 보았다. 늘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동백이가 다짜고짜 들이대는 용식이의 진심어린 사랑고백에 용기를 얻어 씩씩하고 당당하게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다. 용식이라는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이 꽃처럼 찬란하게 피어난다는 것, 그것은 비단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포구라는 기능을 잃고 도박장과 모텔촌이었던 시흥 월곶이라는 곳을 지역의 엄마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탈바꿈한 스타트업 (주)빌드는 월곶을 동네의 자랑거리로 만들었다. 또한 사람들이 빠져나간 목포 구도심을 청년들의 성지로 만든 (주)공장공장은 ‘괜찮아 마을’을 통해 목포가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넉넉한 품(공유공간)을 만들며 주민과 청년들의 소통의 장을 열어가는 (주)블랭크 또한 공간을 공유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활동을 통해 상도동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도 한산이라는 곳을 재발견하게 한 (주)자이엔트, 부여의 가능성을 알린 (주)세간, 부산과 거제도의 주민들의 자생력을 높이고 지역 생태계를 만든 (주)공유를 위한 창조 등 각자의 획기적인 안목과 창의적인 기획으로 지역을 재발견하고 그 곳의 문화적?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동네와 지역이 활기차게 변하려면 바로 이와 같이 안목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 활동가나 단체가 아닌 ‘기업’인 이유는, 기업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경제적 운용능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 지역의 경제활동에 기여하는 경제조직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자체의 보조금에서 보다 자유롭고 대외적인 개방성이 오히려 득이 되는 성격 덕분에 지역 안팎의 사정을 고루 살필 수 있어 균형 있는 시각으로 지역의 사정을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 더불어 위에 언급한 곳들은 지역의 상생을 장기적인 목표로 하는 곳이기에 저런 기업 하나만 지역에 들어와서 일을 시작하기만 한다면 지역에 산재한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주)빌드는 2016년 키즈존 레스토랑(바오앤밥스)을 시작으로 2017년 꽃집+서점+카페(월곶동책한송이), 2018년 키즈카페(바이아이), 그리고 2019년 공유주방 및 로컬 농산물 직거래 마켓(월곶식탁)까지 오픈하여 운영 중이고 빌드의 2019년 전체 매출은 10억 원, 직원 수는 정규직만 19명으로 늘었다. 특히 빌드의 매장을 늘려가면서 주민들이 50%에 가까운 투자를 하였으며 시흥시도 빌드와 시민자산화를 위한 협약을 맺고 비어 있던 상가 건물 1층을 매입해 시세 절반 수준으로 빌드에게 임대해줬다. 이 매장(바이아이, 월곶식탁)은 향후 주민들과 공동 소유하여 수익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한다. 빌드는 시흥의 월곶이라는 곳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의 영리뿐만 아니라 장차 주민과 함께 수익을 도모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기업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지역을 사랑하는 진심에서 시작되었다.

지역을 보다 더 풍요롭고 활기차게 바꾸고 싶다면 지역을 사랑하는 기업가를 키워라. 용식이처럼 상대를 살리는 사랑법에 도통한 기업가들이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동백꽃의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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