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주택에 불을 질러 관리인을 숨지게 한 사건은 밀린 월세 50만원으로 촉발된 참극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참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관련 기관·단체의 보다 세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11시 50분께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 불을 질러 관리인을 숨지게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로 긴급체포 된 A씨(59)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최근 세 들어 살고 있는 주택의 관리인 B씨(61)와 월세 문제로 크게 다퉜다”며 “월세를 납입했는데 내지 않았다고 하며 관리인이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벌목업에 종사하다가 최근 몇 년 간 별다른 수입이 없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며 지난해 5월부터 불을 지른 동완산동 주택에서 매달 25만원을 내면서 생활한 것으로 확인했다.

A씨는 밀린 2달치 월세 50만원의 납입 문제로 시비 끝에 지난 25일 오후 11시 50분께 관리인 B씨의 방 앞에 현수막을 가져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A씨가 불을 놓자 방문 등 목재로 된 주택에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방안에 있던 B씨는 불이 난 것을 알고 방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A씨가 흉기를 들고 문 앞을 지키고 있어 끝내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B씨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문 밖에서 확인한 A씨는 연기가 주택을 가득 메우자 현장을 떠났다.

이후 A씨는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흉기를 든 채 배회하다가 전날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 경위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털어놓으면서도 계획적인 범행이 아닌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세 50만원 문제로 이 같이 참혹한 범죄가 발생한 것에 대해 도내 복지단체들은 이 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희망나눔재단 관계자는 “피해자가 화마 속에서 고통스럽게 숨진 참혹한 범죄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가 월세 50만원 때문에 이 같은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범행을 저지르고 인근에서 배회하다가 시민의 신고로 검거했다”며 “A씨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고, 참혹한 범죄인만큼 신속히 수사해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완산경찰서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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