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 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교통사고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겨울철 교통사고의 주원인으로는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가 꼽히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눈·비가 얼어 얇은 빙판을 만드는 것으로 투명하기 때문에 빙판 아닌 도로처럼 보인다.
최근 3년간 전국에서는 서리·결빙에 따른 교통사고가 4000건에 이른다고 한다. 사망자는 100명을 넘는다. 전북에서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빙판길 교통사고는 모두 211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423명이 다치고 10명이 숨졌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국내 최다 추돌사고는 2015년 2월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으며 1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14일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는 30여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모두 7명이 숨지고 32명이 크게 다쳤다.
그 동안 이 같은 대형사고는 눈이 많이 내리는 미국이나 유럽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으로 접해왔다. 국내 고속도로에서 차량 40여대가 양방향에서 뒤엉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드문 일로 결빙 취약 구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라며 “특히 블랙아이스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도로부터 우선적으로 안전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운전자의 주의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데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설명으로 겨울철 도로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겨울철만 되면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당국이나 도로회사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운전자에게 감속 운행을 알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도로결빙 방지 시스템이나 노면 열선 매립 등 블랙아이스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이는 곧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해 현실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전북지역 상습 결빙구간은 76개 노선, 81개 구간에 이른다고 한다. 도로가 얼어붙어 사고를 유발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무엇보다 운전자 개개인의 안전의식만큼 중요한 건 없다. 운전자들은 블랙아이스의 위험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정부 역시 겨울철 노면 결빙에 대한 필요한 안전조치를 강구해 무고한 인명피해 발생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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