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로서 비리와 싸울 땐 바뀌지 않는 게 있었지만 학교장이면 바꿀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설립자 비리의혹이 불거진 완산학원 소속 완산여고 교장 공모에 합격, 내년 1월부터 3년 간 근무하는 박정희 전 전주기전대학 교수.

“누군가 ‘교장 해 보지 않겠냐’고 농담처럼 던졌을 때 ‘그럴까요’라고 받아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해야겠단 마음이 들었어요. 사학비리는 근본적으로 같고 저는 그걸 체득한 사람이니까요. 해고됐다가 법적 투쟁해 9년 만에 복직한 대학을 내려놓고 도전했죠.”

박 전 교수는 “비리는 대학이든 초중등이든 같다. 설립자나 이사장이 학교를 자기 재산으로 보는데서 시작한다”며 “비리가 생기면 학교 구성원들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여러 선택을 한다. 무력감에 빠지거나 비리에 적극 가담한다. 어느 쪽이든 학생들에게 돌아갈 몫을 뺏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특성화고가 아닌 완산여고에 집중, 이곳에만 적용할 무언가를 고민했다는 그가 제안한 건 단순하지만 근본적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좋은 경험을 가져가는 거다. “학교는 학생들 겁니다. 교육의 질은 비용과 비례하기 때문에 예산이 바로 쓰여 수업, 급식 등 아이들이 당연히 누릴 것들을 제대로 누리게 할 겁니다. 특성화고라고 취업률 높이는데 힘쓰기보단 이들이 평범한 청소년으로서 좋은 경험치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이어 “어른들이 재단하지 않고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특별한지 알게 해 줘야 한다.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시민단체 등 여러 사람들 도움을 받아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케 하고 외국에도 한 번씩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학교 비리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비리를 덮으면 불행은 학생들이 가져갑니다. 관할청인 전북교육청이 이를 매섭게 다뤄야 하고 비리가 있는 학교라면 완산을 계기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겁니다. 도덕적 가치는 점점 높아지는데 교육기관인 학교가 변하지 않는다면 분개할 일이죠. 비리로 인한 교육격차는 사회 속 삶의 차이로 번지고 사회 전체를 불행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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